[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넥센은 12일까지 7승(4패)을 올렸다. 승리에선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모두 손승락이 뒷문을 잠갔다. 7세이브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예고된 승승장구다. 손승락은 오프시즌 비교적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경기를 하면서 가장 좋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뒷문을 잠그는 과정은 적잖게 불안했다. 7경기에서 맞은 안타는 7개. 경기당 1개꼴로 피안타율은 0.250이다. 지난 시즌 0.272보단 낮지만 2011시즌 0.222의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선 3-2로 앞선 9회 2사에서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날도 그랬다. 3-0으로 앞선 9회 박한이와 신명철을 땅볼과 삼진으로 각각 잡았지만 후속 진갑용과 대타 김태완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대타 채태인을 10구 접전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워 실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최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간 이유는 뭘까.
제구가 불안했던 탓은 아니었다. 손승락이 1이닝을 막으며 던진 공은 28개.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19개였다. 특히 최고 구속 150km를 찍은 직구는 18개 가운데 1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커터의 스트라이크/볼 비율 역시 2(6개):1(3개)이었다. 손승락은 직접 입을 열었다.
“2사에서 진갑용에게 볼을 던지려고 한 것이 가운데 높은 실투가 돼 우전안타로 연결됐다. 그 뒤부터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사실 포수마스크를 쓴 (허)도환이가 힘으로 계속 밀어붙이자고 했는데 내가 변화구를 던졌다. 그게 실수였다. 이내 흐름이 끊어졌고 순식간에 투구 수가 많아지고 말았다.”
흔치 않은 일은 아니다. 포수 출신 한 야구인은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한 번 엉클어지면 양 측의 머리에 복잡한 계산이 서기 쉽다. 강속구 의존도가 높은 투수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다음 볼 선택에서 서로를 배려하려 하는데 그 점에서 잠시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충분한 대화만으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더구나 손승락은 프로야구에서 몇 안 되는 전문 마무리다. 여러 가지 악조건에서도 승리를 지키는 법을 알고 있다. 페이스가 뚝 끊어져도 그렇다. 그는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08로 호투를 거듭했으나 5월 갑작스레 컨디션 이상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5월 말까지 12개의 세이브를 기록했고 총 39번의 세이브 등판에서 33번 팀 승리를 지켜냈다. 들쑥날쑥한 등판 지시 속에서 거둔 값진 결과물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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