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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경제민주화,서민의 삶에도 꽃피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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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경제민주화,서민의 삶에도 꽃피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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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보도를 지나면서 한 묶음의 양말에 붙은 가격표에 눈길이 간다. 세 켤레에 2000원. 싸다는 생각보다는 한편에 팽개치듯 놓여 있는 그 모습이 애처롭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를 보는 듯 뭔가 슬픔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른다. 그건 물건들에 대한 연민이면서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노동과 수고에 대한 연민이다.


영화감독 김기덕을 더욱 좋아하고 이해하게 된 것은 어느 인터뷰에선가 그가 세상의 사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줬을 때였다. 10대 시절 청계천 공구 상가에서 일했던 그는 그곳에서 그 말 없는 물건들을 통해 사물의 원리, 물리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진한 외로움과 함께 그의 더없이 맑은 심성이 느껴졌다. 기계들조차 따뜻하게 바라본 그의 시선, 그 순수함이 아마도 그의 천재를 낳았을 것이며, 사물에 대한 그의 애정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낳았을 것이다.

그 점에서 물건에 대한 공경, 물건 속의 사람에 대한 공경을 얘기한 천도교의 '3경(三敬)' 사상은 세상의 어떤 종교적 가르침보다 깊은 말씀이다.


지난 5일 식목일은 천도교의 최대 경축일인 천일(天日)이기도 했는데,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의 탄생일이 아닌 그가 대각(大覺)을 이룬 날을 기념하는 것에서도 이 종교의 탁월성을 보여주지만 천도교의 시천주(侍天主) 원리의 완성은 바로 이 3경에 집약돼 있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수운의 가르침을 해월 최시형 선생은 더욱 발전시켜 3경으로 승화시키니, 곧 경천, 경인, 경물이다. 하늘과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까지도 공경하라(敬物)는 것인데, 이는 천지만물에 다 한울이 들어 있으며 물건을 공경하는 것은 곧 하늘을 공경하는 것이며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물건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는 것, 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하는 것. 그것은 곧 물건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땀과 정성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 물건이 세상에 나서 삼라만상을 이루며, 사람을 키우며 사람의 삶을 돕는 그 은덕에 감사하며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떤 물건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물건에 대한 공경은 인간의 노동과 수고에 대해 그 가치를 온전하게 인정하고 평가해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온전히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그 물건은 자신이 세상에 나고 존재하며 쓰임을 받는 것의 의미를 찾을 것이며 한 존재로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 게 될 것이다.


이는 나무와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나무와 식물들이 꽃을 활짝 피워내는 그 생명의 절정에 사람들이 경탄하며 좋아하는 것, 그 마음은 꽃의 고운 자태를 좋아하는 것이자 어떤 사물이 제대로 자신을 맘껏 드러내는 것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다. 꽃이 자신을 활짝 펴 보이는 것을 함께 기뻐하는 것, 그건 꽃을 바라보는 이들 자신들도 그처럼 활짝 펼 수 있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물건도 사람도 활짝 피고, 나래를 펴는 것, 그것이 세상의 바른 이치며 사람의 본성이며 아마도 그것이 어떤 사회, 나라든 그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예컨대 우리 사회의 '경제 민주화'는 모두를 온전하게 꽃피게 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고 본다. 물건들로 하여금 제값을 받게 하고, 제 노력과 수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게 하는 것, 그것이 경물이며 경인이며 경천이다.


이번 주말 여의도에서는, 또 전국의 많은 산과 들에는 화사한 벚꽃들이 흩날리고 사람들이 꽃구경을 즐길 것이다. 화창한 하늘을 수놓으며 만발한 벚꽃은 봄철의 장관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장관은 그 속에서 사람들이 교감하며 대동(大同)하는 모습일 것이다.


벚꽃이 개화하듯,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활짝 개화할 수 있기를. 벚나무에, 산수유에 꽃이 피기를 기다리듯 부디 고단한 사람들의 삶에도 꽃이 피기를!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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