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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불황에..거리로 나선 증권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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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든든한 노후! 활기찬 은퇴"이라는 한 직원의 선창에 맞춰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나머지 직원들이 목청 높여 "신한 네오(Neo)50플랜"을 외친다. 다른 직원들은 무심하게 출근길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홍보물을 나눠주느라 분주하다. 한켠에선 헬스장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과 섞여 때 아닌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불황이 몰고온 여의도 증권가의 한 단면이다.


지난 5일 오전 7시 30분 여의도역. 양재원 신한금융투자 IT본부장이 부서 직원 30여명과 함께 신상품 홍보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IT본부는 업무 특성상 사무실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는 부서다. 양 본부장은 "최근 증권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발로 뛰겠다"고 했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출시한 은퇴자산관리 상품을 알리기 위해 전국 동시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여의도 지역에만 400여명의 직원들이 플래카드와 홍보물을 들고 연신 "당당한 노후생활"을 외쳤다. 회사원 박 모씨는 "증권사들이 안하던 거리 홍보까지 나선걸 보니 증권사가 어렵긴 진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은 금융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로 나선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선보인 신연금저축계좌를 알리기 위해 임직원 20여명이 여의도역에서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같은 날 우리투자증권 본사 영업부 직원 및 투정보부 직원 30여명도 여의도공원을 찾았다. 부서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여의도공원에서 환경정비활동을 벌인 후 화이팅을 외치며 각오를 다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절기상으로 완연한 봄이건만 여의도 증권가는 대북리스크 등으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꽁꽁 얼어붙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쉽게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영이 어려워진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의도 윤중로에는 벚꽃이 만개할 것이다. 하지만 봄을 만끽하려고 여유롭게 갈 증권맨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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