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캐릭터를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는 '유쾌함'이다. 그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경기 직전 라커룸 인터뷰조차 미소와 농담으로 풀어갈 줄 안다. 훈련 때도 선수들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낸다. '형님 리더십'이란 얘기도 달리 나온 게 아니다.
그런 그가 화를 냈다. 차두리 때문이다.
최 감독은 4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당초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정규리그 경기를 위한 자리였지만,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차두리에 대한 최 감독의 언급이었다.
차두리는 최근 법원에 이혼조정신청을 냈다. 이로 인해 지난 며칠간 그는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렸다. 차두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최 감독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하더니 이윽고 "감독의 입장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그는 "차두리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선수이며, 자기 관리도 냉정하다"라며 "그런 점이 지금의 차두리를 만들었다"라고 평했다.
이어 "그런 두리에게 지금은 축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부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며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결정도 정말 힘들게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두리는 축구선수고, 가족·종교·축구 밖에는 모르는 친구"라며 "사생활로 인해 개인의 경기력이나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줄 선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두리에 대한 온갖 억측과 무책임한 소문에 대해서도 일침을 던졌다. 최 감독은 "차두리를 선수나 스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봐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 감독은 "이번 일에 대해 자꾸 추측성 기사를 쓰거나, 가십 거리 삼으며 두리를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두리를 제발 그저 유명한 축구 선수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봐달라"라고 호소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후 최 감독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예의 유쾌함이나 미소도 없었다. 굳게 다문 입술과 어두운 표정만이 있었다.
제자이자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었다. 오직 축구 밖에 모르는 축구 선수,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성과 품성을 갖춘 차두리다. 그런 그를 흔한 '입방아 거리' 취급하는 세태, 최 감독에겐 분노의 대상이었다. 걸어나가는 그의 눈은 붉어졌다. 유쾌함 뒤 숨어있는 진지함과 선수들을 향한 애정을 엿보이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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