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권 보장도 좋지만 대기업 빠지면 시장 활성화 안 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 이동통신재판매(MVNOㆍ알뜰폰)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알뜰폰 적합업종 신청이 내부 반대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CJ헬로비전과 일부 업체들이 MVNO 협회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도 이같은 논의가 '명분'을 잃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3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적합업종 신청을 검토하던 MVNO협회는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대기업이 들어와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죽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시장을 활성화시켜주는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며 "적합업종 신청보다는 관계부처인 미래부 규제 등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협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알뜰폰 점유율은 2%대로 도입 1년이 넘었는데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이 적합업종으로 신청되면 애꿎은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J헬로비전, KCT등은 각각 대기업인 CJ그룹과 태광의 계열사로, 알뜰폰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을 수밖에 없다.
'경쟁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라는 알뜰폰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당초 알뜰폰은 거대 통신사의 틈새시장을 겨냥,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런데 대형 유통사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활성화돼 통신요금이 저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살리자'며 대기업들을 몰아내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대기업ㆍ중견기업은 퇴출되며 소규모 업체만이 알뜰폰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며 "중소기업들의 영업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한지, 규모가 큰 기업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그 혜택을 전 국민이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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