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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평가' 너를 평가해야겠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공기업 수장 '목'과 '성과급' 달려 있어 인력과 자금 대거 투입
본업은 '올스톱', 면접 리허설 비용에 수억원 사용도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아무래도 평가를 받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경영평가단의 사소한 부탁이라도 들어주게 된다. 가령 평가교수가 '학생들 취업이 안 된다'는 말을 하면 취업 청탁을 하는 것인지 부담을 느낀다." (A 공기업 사장)

"솔직히 경영평가를 하는 이 순간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락을 가르는 면접을 대비해 수시로 평가단 교수와 비슷한 전공을 가진 교수를 초빙해 리허설을 한다. 이 금액이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 여기에 투입되는 직원들은 한동안 본업은 챙기지 못한다." (B 공기업 비서실장)


'잔인한 4월'이 시작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단장 최종원 서울대 교수)은 지난달 27일 현장실사를 시작하며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착수했다. 지난해 공기업들이 살림살이를 본연의 임무에 맞게 꾸려갔는지, 혹여나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은 없었는지 '국민'을 대신해 평가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피평가기관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영평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영평가가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열의와는 달리 경영평가 기간에 피평가기관들의 업무가 올스톱되고 만만치 않은 금액이 소요되는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경영평가단은 인천공항ㆍ한전 등 111개 기관의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과 상임감사 58명을 대상으로 평가 심사를 벌인다. 평가 체제는 크게 계량평가와 비계량평가로 나뉜다. 배점은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계량평가가 50~60%를 차지하지만 실제 등급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비계량 평가에 있다. 교수와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159명의 평가 실사단은 기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1개 기관 당 2~3일 동안 현장실사와 기관장 인터뷰 등을 실시한다.


평가결과는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 두 가지로 나눠 발표된다. 기관 평가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으면 직원부터 기관장까지 모두 최고 300%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반면 최하 등급인 E등급과 D등급을 받은 기관은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공기업들이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과 '돈'이 모두 경영평가에 달려 있다 보니 공기업들은 7~10여명의 전담직원 외에 부서별 담당을 따로 두고도 컨설팅과 전문가들의 자문에 매달리게 된다. 이 때 소요되는 금액은 적게는 2000~3000만원에서 많게는 2~3억원에 달한다.


한 공기업의 고위관계자는 "사내에서는 경영평가 기간을 '자문료의 기간'이라고 부른다"며 "경영평가에 사장과 직원들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 보니 작은 것 하나부터 컨설팅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경영실적 자체보다는 그림이나 도표가 많이 들어간 모양 좋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측면도 있다"며 "공기업들의 수익은 사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데 허울 좋은 보고서를 위해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털리는 걸 보면 맘이 쓰리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경영평가가 당초 도입됐던 공공성과 순기능적인 측면을 되살려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며 "공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저해하는 경영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 경영평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윤석호 기재부 평가분석과장은 "평가과정에 엄정함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혹시라도 평가 도중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바로 평가단을 교체해 재평가할 뿐만 아니라 해당 평가위원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불이익을 주는 등 엄격하게 경영평가단을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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