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들 도담동, 원주민들 방축동 주장…세종시의회, 이름 변경 조례안 부결해 도담동으로 결정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한글이름이 나을까. 아니면 전통을 잇는 이름이 나을까.세종시의회는 한글이름을 택했다.
세종시에서 법정동 이름을 놓고 갈등을 겪었던 ‘도담동’과 ‘방축동’의 다툼이 도담동으로 결정된 것이다.
세종시는 세종 이름을 따 만든 도시답게 마을, 학교, 도로, 공원 등 주요시설 1066건에 대한 이름이 한글도시 이미지를 살릴 수 있게 순우리말로 지어졌다.
소담동, 보람동, 반곡동, 가람동, 한솔동, 새롬동 등 행정중심복합도시의 14개 법정동은 모두 순한글이름을 쓴다.
논란이 된 동 이름은 도담동. 지난해 7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옛 연기군 방축리, 갈운리, 고운리, 종촌리, 진의리를 한데 묶어 ‘도담동’으로 이름 지어졌다.
이 동 이름을 세종시의회가 옛 이름인 방축동으로 바꿨다. 시의회는 지난해 7월24일 14명의 시의원이 발의해 12월15일 의회에서 방축동으로 명칭변경조례안이 통과됐다.
소를 풀어 놓는다는 뜻의 방축동이 뒷산인 황우산 등과 어우러져 전통을 지켜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예정자들은 한글이름을 한자로 고친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조례안이 세종시의회를 통과한 뒤 시의회엔 100여 입주예정자들이 올린 항의성 글들로 도배됐다.
유한식 세종시장 또한 의회의 방축동 이름에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 의결사항이 집행기관인 세종시로 넘어오자 유 시장은 의회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1일 거부권을 행사해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결국 지난 29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행복도시 내 도담동 명칭변경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방축동으로 변경에 찬성한 의원이 8명, 반대가 7명으로 찬성이 많았으나 조례안 통과를 위한 찬성표(전체의원의 ⅔)를 얻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조례안 폐기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은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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