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드디어 공식 출범했다. 2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현판식을 갖고 새 직제와 부처 이미지를 공개했다. 부처의 약칭은 '산업부'를 사용하기로 했다.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도 마쳤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바로 '산업ㆍ통상'에 비해 '자원', 즉 에너지 분야의 정책과 계획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2010년 기준 96%다. 에너지 수입 비용은 전체 예산 300조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의 3대 수출품목이 벌어들이는 금액과 비슷하다. 여름과 겨울만 되면 전력예비율이 모자라 전력당국은 늘 비상 상태다. 2011년에는 '9ㆍ15 블랙아웃'이라는 불리는 정전사태도 겪었다. 당연히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은 산업부의 최우선 정책 중의 하나로 꼽혀야 한다. 원전 정책부터 전력 송전망 정책까지 촘촘한 정책과 이를 집행할 전문가들이 부서에 전면배치돼야 한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를 살펴보면 '안정적 에너지 시스템 구축'은 산업부의 5개 주요 과제 중 맨 마지막에 포함돼 있다. 사실 순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알맹이도 없다. 산업부는 "에너지 정책은 안전성과 국민신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행한다"는 대원칙만 밝혔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여부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밀양송전탑 등 국민적 갈등이 심각한 현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말하며 대부분의 결정을 미뤘다.
산업부 내 자원ㆍ에너지 부문은 축소됐다. 지식경제부 2차관 산하였던 일부 에너지 부서가 산업부 출범에 따라 1차관 산하로 이동했다. 에너지 관련 조직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산업부가 새로 떠맡은 통상업무를 2차관이 관장함에 따라 에너지 부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후 "정부조직개편으로 산업과 통상이 결합됐는데 속히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원'이 빠졌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길 바란다.
김종일 기자 livew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