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구멍가게·통신 등 시행···가격 안정" 분석
재정부 관련법 시행 100일 조합신청 두달새 2배 늘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협동조합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올해 관련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가격 거품이 꺼지고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을 통한 물가안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0일'을 보면 협동조합 신청건수는 2012년 12월 136건에서, 2013년 1월 224건으로, 2013년 2월에는 248건으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17년에는 약 8000∼1만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에서는 출자금 2300만원으로 '전국편의점 사업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이 조합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모여 불합리한 가맹수수료, 위약금 등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건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비싸다. 여기에는 가맹수수료, 인테리어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거품이 사라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택배 기사 28명이 모여 출자금 280만원으로 시작하는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도 같은 맥락이다. 퀵서비스 수수료 절감 및 권익향상을 위해 설립했는데 규모가 늘어날수록 퀵 서비스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는 '골목가게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160명이 2억220만원의 적지 않은 출자금으로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동네점포가 주축이 돼 설립한다'는 설립 목적을 강조했다. 대규모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경쟁하면서 가격 거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는 스마트폰 가격 안정에 나서는 협동조합도 있다. 인천에 출자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협동조합 전국통신소비자'는 알뜰폰 등을 활용해 휴대폰 단말기 공동구매에 나선다.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이 협동조합은 가격 구성을 따져보고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오는 15일 물가관계회의를 진행하면서 '협동조합을 통한 물가안정'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앞으로 협동조합이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협동조합이 활성화돼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페인 몬드라곤의 경우 가격 거품이 없고 물가는 안정돼 있다. 몬드라곤의 경우 유통업체 협동조합인 에로스키는 최저가 판매로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볼로냐에서는 협동조합에서 일을 하고, 물건을 사고, 여행을 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이 이뤄진다. 조합원들이 직접 일하고 서비스를 받는 만큼 물건값이 웬만해서는 오르지 않는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연구위원은 "인천의 통신협동조합의 경우 통신비 인하 운동에 본격 나서면 다른 업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면서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지면 그동안 차별과 소외받았던 분야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전체 물가안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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