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대부분은 정규시즌 가동할 타선과 투수진을 대략 결정했다. 시범경기에서 이를 실험하며 모든 준비를 매듭지을 것이다.
이 점에서 두산은 다소 불안하다. 외국인 선발투수 한 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선발진 합류를 확정지은 건 더스틴 니퍼트, 노경은, 김선우 세 명 뿐이다. 스캇 프록터의 이탈로 생긴 마무리 공백도 메워지지 않았다. 이용찬도 언제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대체자원은 풍부한 편. 하지만 안정감은 대체로 떨어진다. 복귀를 앞둔 베테랑 정재훈과 이재우도 이전의 구위를 회복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래도 날씨가 따뜻해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야수진에서도 발견된다. 선수가 부족하진 않다. 오히려 너무 많아 효율적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육상부로 불리는 외야의 이종욱, 정수빈, 민병헌 등은 김현수, 임재철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인다. 김현수를 제외하면 우열은 가리기 힘들다.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에 따라 라인업에 변화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확실한 주전은 사라지게 된다. 경쟁선수에 대한 경계심 등으로 자칫 팀워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붙박이 마무리를 가진 팀과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갖춘 팀 사이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대개 선수들은 누가 언제 투입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면 경기를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체력적인 부담도 두 배 이상으로 짊어진다.
2008년 글쓴이는 8년 만에 고향 팀 롯데에 복귀했다. 그대로 주전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후배 정보명과 지명타자를 두고 경쟁해야 했다. 사실 말만 경쟁이었다. 글쓴이는 정보명과 경기를 나눠 출전했다. 결국 둘 모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그저 그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물론 정보명의 성적은 글쓴이보다 훨씬 좋았다. 96경기에서 남긴 기록은 타율 2할7푼7리 3홈런 26타점. 하지만 상위권 팀의 지명타자 성적이라 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두산의 고민은 하나 더 있다. 부상선수 속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탄탄한 내야진이다. 두산은 부상선수가 없을 경우 내야 네 자리를 두고 최소 11명이 경쟁하게 된다. 김동주, 윤석민, 이원석, 김재호, 손시헌, 고영민, 허경민, 최주환, 오재원, 오재일, 최준석 등이다. 무한 경쟁은 팀 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하면 부상이나 체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 유지에도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대개 프로야구 감독들은 선수 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부족하단 의미. 두산은 정반대다. 기량을 갖춘 선수가 너무 많아 고민이다. 이 점에서 올 시즌 두산의 키포인트는 무한 경쟁이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지, 어려움을 겪는 계기가 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족해서 궁핍한 것보다 백 배 나은 상황이다. 여느 해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두산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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