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콧대 높던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존심을 버렸다. 백화점만을 고집하던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극심한 불황에 유통경로를 드러그스토어(drug store)는 물론 마트로까지 확대한 것. 백화점에서의 매출이 예전같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 결국 '고급스러운 이미지' 보다 '생존'을 추구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화장품 SK-II는 지난 1일부터 일부 품목을 이마트 창고형할인점인 트레이더스((Trader's)에 내놓았다. 판매 품목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와 '스템파워크림' 등이다. 프랑스 화장품인 로레알도 일부 기초제품을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마트 판매답게 가격도 내렸다. SK-II의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의 가격은 백화점 판매가(19만9000원)보다 20% 낮은 15만9980원이다. '스템파워크림'도 백화점 가격(17만9000원)보다 15% 할인된 15만2880원이다. 트레이더스가 오는 11일부터 전단할인쿠폰을 가져오면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를 1만원 할인해주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어서, 판매가격의 격차가 백화점과 더 벌어진다.
'꼿꼿'했던 해외 화장품들이 이처럼 마트까지 진출한 것은 최근 국내 화장품시장의 침체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화점에서 화장품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4%선으로, 2011년의 14%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SK-II도 당연히 매출성장이 멈춘 상태다. SK-II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6.7%로, 2011년인 17.7%보다 3배 가까이 떨어졌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탈(脫)백화점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 필수품에 속하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타격을 크게 받는다"면서 "게다가 면세시장도 커지고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통채널도 다양화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러그스토어에 들어가려는 해외 화장품 업체도 늘고 있다. 다음달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 드러그스토어 '롯데H&B'(가칭)에도 해외브랜드가 입점된다.
백화점 색조 브랜드인 프랑스 부르조아와 미국 색조브랜드 스틸라, 그리고 독일화장품 룩스 등이 다음달부터 드러그스토어로 유통 경로를 확대한다. '롯데H&B'가 기존 올리브영 등의 드러그스토어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세우고 수입화장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르조아 관계자는 "해외에선 브루조아 제품이 드러그스토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백화점에서만 판매했지만 지금은 본사에서 생각이 바뀐 것 같다"면서 "유통 경로를 넓혀 실적을 높이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들 브랜드는 드러그스토어 진출을 결정하며 가격도 내렸다. 스틸라는 지난달 20일부터 120개 상품의 가격을 최소 6.5%에서 최대 10%까지 인하했다. 부르조아도 240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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