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
▲청사이전 추진 배경
광주 남구가 청사이전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1995년 서구로부터 분구할 당시 남구 청사를 조립식 가설건축물로 건축했다는데 있다.
신생 자치단체였던 탓에 충분한 예산확보가 어려웠던 남구는 이 긴급 축조된 조립가설 건축물을 5년 임시 사용한 뒤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조건으로 개청했다.
때문에 남구는 10년여 전부터 청사신축(소요예산 400억원), 신축이전(소요예산 490억~550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어려운 재정여건으로 인해 청사신축과 이전이 계속해서 미뤄져 왔다.
그 동안 남구는 비좁고 노후한 건물에서 화재위험과 장마철 누수 등을 견디며 업무를 수행해 왔고, 구 의회청사는 차량으로 10분 이상 걸리는 민간소유 건물을 임차해 사용해 왔다.
또한 일부 부서는 수년 동안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사용하며 겨울과 여름을 나는 등 구청사를 이용하는 주민에게 큰 불편을 끼쳐왔다.
따라서 남구는 오래전부터 현 부지에 신청사를 건축하는 방안, 효천개발지구와 구 메카트로 건물(구 화니백화점), 구 보훈병원과 보훈청 등의 리모델링을 통한 청사이전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었다.
▲왜 구 메카트로(구 화니백화점) 건물을 매입했나?
이렇듯 청사이전이나 신축을 지속 추진했으나 2008년 이후 수백억에 달하는 소요예산을 확보할 수 없어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2010년 3월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공유재산 위탁개발 관련법 시행에 따른 구 메카트로(구 화니백화점) 활용방안’에 대한 제안서가 들어왔다.
도심의 흉물처럼 방치된 거대건물 구 화니백화점을 남구에서 매입하면, 준 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위탁 맡아 진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남구는 구 메카트로 건물(구 화니백화점) 매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건물과 부지의 가격은 250억원이었다. 신청사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던 남구는 이 건물의 소유자인 국제펀드 클리어워터(CLEARWATER)사의 한국 자회사인 ㈜퍼니인베스트먼츠(대표 아밋굽타)와 끈질긴 가격협상을 전개했다.
클리어워터(CLEARWATER)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부동산 및 채권정리 회사로 자회사인 ㈜퍼니인베스트먼츠는 주월동에 소재하고 있었다.
물고 물리는 협상 끝에 마침내 남구는 클리어워터(CLEARWATER)사로부터 이 건물과 부지를 105억원에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렇듯 낮은 가격에 구 메카트로(구 화니백화점)건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남구는 이 건물을 매입키로 내부 방침을 결정했다.
이렇게 내부방침을 결정했지만, 청사이전 문제는 남구의 오랜 현안사업이었고,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내부결정만으로 청사이전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공청회와 설문조사, 여론조사 통해 청사이전 결정
따라서 남구는 구 메카트로(구 화니백화점) 건물로의 청사이전에 관해 주민의견을 수렴키로 하고 2010년 10월 한달 동안 18회에 걸친 청사이전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11월 24일에는 찬반양론의 의견을 가진 패널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하는 한편 공청회 참가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청사이전 찬반 설문조사를 통해 94.3%의 찬성을 얻었다.
공청회 참가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남구는 전체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서울과 광주의 여론조사기관 2곳을 선정해 남구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 73.6%가 백운광장 구 메카트로(구화니백화점) 건물로의 청사이전에 찬성했다. 청사이전이 주민의 손에 의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남구는 이 결과를 토대로 청사이전방침을 확정하고, 2010년 11월 말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한다. 매입대금 105억원은 광주시로부터 100억원을 지원받아 마련하고, 구비 5억원을 투입했다. 신청사를 마련하는데 든 구 예산은 5억원이었다.
이 건물의 매입당시 남구는 지방채발행 가능액 136억원 중 76억원은 이미 발행된 상태여서 당시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지방채가 60억원에 불과해 청사신축이나 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구 메카트로 건물(구 화니백화점)의 소유권 변동의 역사
남구가 매입한 신청사 건물은 1999년까지 구 화니백화점 소유였다. 하지만 99년 화니백화점이 부도나면서 이 건물은 채권자인 한국투자신탁으로 넘어갔다.
이후 건물 이름이 메카트로로 변경됐고, 2002년 케이씨 유동회 전문유한회사가 경매를 통해 이 건물을 매입했다.
2005년 12월 이 건물은 또다시 임의경매로 싱가폴 회사인 크레디트인더스트이엘꼬메르시알사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하지만 2007년 6월, 이 건물은 또다시 경매 처분됐고 미국 국제펀드사인 클리어워터(CLEARWATER)사가 경매낙찰을 통해 이 건물을 매입하게 된다. 클리어워터(CLEARWATER)사가 경매로 낙찰받은 건물의 가격은 250억원이었다.
이와 같이 화니백화점 부도 후 10여년 간 무려 4차례에 걸쳐 소유주가 바뀌었고, 제대로 된 주인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10년 넘게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어 있었다.
2011년 5월 27일 남구는 이 건물을 협상과 재협상을 통해 105억원에 매입, 소유권을 남구청으로 이전했다.
남구 신청사 건물은 이와 같은 소유권 변동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일각에서는 이 건물이 1999년 부도로 파산한 화니백화점 소유 아닌가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
▲건물 리모델링 사업은 누가 진행했나?
신청사 건물의 리모델링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자부담으로 진행했다. 공사기간인 1년 2개월 동안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투입한 비용은 367억원이다.
리모델링에 사용된 이 비용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하 1층, 지상 1층 일부와 2~4층까지의 임대권을 갖고 22년간 임대사업을 통해 회수하게 된다.
▲현 청사 부지는 어떻게 활용되나?
남구는 지난 2월 28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현 남구청사 부지 5,700평을 매각한다는 일반경쟁입찰공고를 냈다.
남구가 현 청사부지를 매각키로 한 것은 청사이전 문제를 주민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결정형 방식으로 확정했듯, 공청회와 주민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공청회와 설문조사는 2012년 9월 20일 현청사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주민 모두를 제한없이 참가시킨 가운데 진행됐다.
공청회와 설문조사에 참가신청을 한 주민은 413명이었고, 부부가 함께 신청한 1명을 제외하고 412명이 공청회에 참가했다.
이날 공청회 후 설문조사에는 311명의 주민이 참여했으며, 이 중 85.4%가 청사부지 매각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남구는 전체 청사부지 6,800평 중 5,700평을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고, 나머지 1.100평에는 어린이 공원과 도서관을 건립키로 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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