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에도 출근 청문회 준비하며 부처업무 구상...대통령 삼고초려 인물 정치적 이유로 돌연 사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심나영 기자]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돌연 사퇴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3ㆍ1절과 주말까지 업무를 했다가 갑자기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한 점,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앞서 기자회견을 한 점, 정치적 이유를 사퇴배경으로 설명한 점 등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연휴에도 일하더니 =김 내정자는 지난 주말과 연휴 기간에도 열성적으로 부처 업무 구상과 청문회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일절에도 출근해 각 부처 1급이상 공무원들과 미래부의 콘셉트, 창조경제 실현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며 자정이 가까워서야 동화면세점 사무실에서 퇴근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도 내내 사무실로 출근해 공무원들과 함께 청문회 자료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는 국회 기자회견 일정도 준비팀 등에 미리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정치때문에 꿈 접는다?=김내정자는 이날 사퇴하게 된 배경을 "영수회담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보면서" 등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나 내정자가 사퇴하는 이유는 대부분 인사검증과정과 청문회과정에서 재산,병역,탈세 등 도덕성과 정책검증을 통과하지 못해서다. 반면 김 내정자는 사퇴하게 된 이유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 특히 야당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내정자는 전날 박 대통령에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김 내정자의 사퇴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야당을 압박하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구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가 '김 내정자 전격 사퇴-박 대통령 대국민담화-정부개편안 처리'의 교감을 이룬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정성호 수석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 봐도 공직 후보자의 자질이 없다"고 논평했다.그는 "만약 김 내정자가 미국 장관 내정자로 나섰다면 철저한 사전 검증에 걸려 후보자 반열에 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원칙한 부실 인사"라고 지적했다.
◆정부개편안 초강수 압박카드?=김종훈 사퇴와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로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서 야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ㆍ재편되는 부처의 장관은 새 직제대로 임명될 수 없다. 양당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재정리한 뒤 오후부터 막판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타결 가능성은 반반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늦지 않게 이번 임시국회 내에 정부조직법을 매듭지어주기 바란다"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생각하고 대선에서 공약했고, 민주당도 그 취지를 같이해 신설 부처를 만들어 통합운영하기로 한 사실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 상태"라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여야의 상생정치를 바란다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길 바란다"면서 "원안 고수라는 억지를 버리고 국회의 합의안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시라"고 말했다.
◆공룡부처 당분간 유령부처로=김 내정자의 사퇴로 미래부는 당분간 유령부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 내정자 대신 미래부를 이끌 수장을 다시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일 뿐 아니라 처음부터 방송통신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업무보고와 청문회 준비를 제로 상태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 이후에도 과학을 담당하는 제1차관, ICT를 담당하는 제2차관 인사까지 이뤄진 다음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정도로 미래부가 움직이려면 한달도 부족할 것"으로 관측했다.
청와대는 인선작업에 들어가 이번주 안에는 미래부 장관 내정자를 발표해야 인사청문요청안 제출과 향후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 과거 미래부 장관 하마평에는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석채 KT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거론된 바 있었다.
이경호 기자 gungho@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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