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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기 파동, 유럽 경제위기의 부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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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말고기 파동으로 유럽 전역이 공포에 떨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햄버거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말고기 파동이 유럽의 관료주의와 경기침체에 따른 긴축정책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최근 보도했다.

유럽에서 말 사육은 소나 돼지 같은 가축 사육과 달리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말은 노동력으로 이용되거나 경마·사냥 등의 목적으로 사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식용 말 사육과 관련된 규정이나 말 도축, 유통 관련 규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허술한 제도와 무관심 속에 유럽의 말고기 시장은 음성적으로 성장했다. 그 동안 등록되지 않은 말 사육·도축 업체가 넘쳐나고 불법 말고기 거래는 횡행했다.


2007년 유럽연합(EU)은 루마니아·폴란드 등지에 말이나 마차와 관련된 법규 손질을 주문했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들 국가는 말·당나귀가 끄는 수레 사용을 줄이고 주요 도로에서 통행도 금했다. 이에 따라 남아도는 말과 당나귀가 급증했다. 나이든 말이 버려지고 더 이상 쓸모없는 말은 식용으로 도축됐다.

도축된 말고기는 ㎏당 2유로(약 2800원)에 이웃 국가 중개업체들로 팔려나갔다. 최근 문제 업체로 거론되고 있는 키프로스의 드라프라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업체에서 사들인 말고기는 프랑스의 스판게로 같은 육가공업체들로 팔려나갔다. 이후 코미겔 등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메이드인 프랑스나 영국'이라는 문구가 찍힌 채 유럽 전역으로 공급됐다.


영국에서 쇠고기로 둔갑한 말고기가 아무 제재 없이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식품안전청(FSA)의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 가공업체에 대한 검역은 건너뛸 수 있다. 검역은 고기 유통 업체와 이를 감독하는 지역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긴축재정에 따른 예산감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유럽의 말고기 시장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두 배로 커졌다.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는 사이 쇠고기 값은 급등했다. 하지만 말고기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쇠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관련 업체는 쇠고기에 말고기를 섞었다.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실제로 영국에서만 지난해 말 9000마리가 식용으로 도축됐다. 이는 3년 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말고기 파동은 유럽의 도축·가공·유통·검역 등 총체적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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