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는 최근 4거래일 간 2.48% 상승하며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2000을 훌쩍 넘는 급등장을 기대하기는힘들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재정지출 관련 협상, 이탈리아 총선, 원·달러 및 엔·달러 환율 안정화 여부 등 점검해야 할 이슈가 많아서다.
최근 외국인이 전기전자, 자동차 등 환율민감 업종을 재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화학, 철강 등 저평가 업종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산업재 등 다른 업종으로의 외국인 순매수 확산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최근 부각됐던 중국발 모멘텀 역시 단기매매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최근 일관성 있게 수급을 받치고 있는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조언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환율 환경이 당분간 증시에 우호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전기전자, 자동차 등 외국인들의 환율 민감업종에 대한 순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중에서도 이익가시성이 높은 전기전자 업종으로 순매수가 강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시가총액 상위 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코스피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저평가 매력이 높은 은행, 화학, 철강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확산되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산업재 등 다른 업종들로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산업재에 속하는 업종들도 역사적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영역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기 시작한 소재 업종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소재 업종의 경우는 이익의 하향 조정 정도가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반면, 산업재 업종의 경우는 아직도 이익 하향 조정의 정도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소재업종의 경우 주가의 조정폭을 하회하는 이익조정이 진행되면서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다다른 주가수익비율(PER)이 차츰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산업재 업종의 경우는 반대로 주가의 조정 정도보다 이익 하향의 정도가 더 강하게 전개되고 있어 차츰 PER이 상승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PER의 상승이 멈춘 소재업종과 PER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산업재 업종은 당분간 외국인들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믿을 만한 수급 주체인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에 관심이 필요하다.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 중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과 높은 주주 환원' 성향을 갖는 종목을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 투신권의 수급 여력이 부족하고 외국인도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의 매수세는 꾸준히 유입 중이다.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 중 부채를 포함하는 전체 자산의 수익성인 ROA가 5% 이상인 종목, 부채 수준보다 유동성 관리에 집중해 총차입금/EBITDA 비율이 5배 이하인 종목, 최근 3년간 배당을 실시했으며 3년 평균 배당금 기준 시가배당률이 2% 이상인 종목을 선별했다. 올해 실적 모멘텀이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종목으로는 대덕전자, 플랜티넷,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대교, 정책적 수혜가 가능한 종목으로는 이크레더블이 꼽혔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중국 경기의 순환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는 지난 연말부터 강한 반등 흐름을 보였고, 국내 증시에서도 중국 경기에 민감한 소재·산업재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중국 춘절 연휴에 따른 재고 확충 등 계절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 춘절 연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중국발 모멘텀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를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주요 경제지표들이 잇따른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 경기 회복 기대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출과 산업생산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 경기 선행지수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 중이다. HSBC가 집계한 중국 제조업 PMI는 52.3을 기록하며 2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제조업 PMI도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여줬다.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물가와 정부 규제 리스크다. 돈육 가격와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중국의 물가 압력이 재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경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성격이 강한 중국의 경제 구조를 감안해 볼 때, 이는 중국 경기 모멘텀 둔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발 모멘텀에 기댄 '차이나 플레이' 매매는 단기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하고, 중장기 전략은 향후에 나올 중국 규제 리스크를 확인한 이후로 판단을 유보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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