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블리처 S&P 지수위원회 회장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해 3월 저점에 이른 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스-실러 지수를 발표하는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블리처 지수위원회 회장은 최근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케이스-실러 지수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라며 "쩌면 영원히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말했다.
S&P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케이스-실러 지수는 145.82다. 지난해 3월 134.07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2%나 올라 2006년 8월 5.7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이 극도로 안 좋았던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초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하락률이 2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확 바뀐 셈이다.
그러나 현 케이스-실러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6년 7월의 206.5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리처 회장은 "지난 여름부터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며 "주택시장 회복이 기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지만 GDP 증가율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GDP 대비 주택 투자 비율은 금융위기 이전 6.1%였으나 현재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블리처 회장은 "흔히들 주택시장이 초호황을 누린 2006년에 대해 정상 시장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같은 호황이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위기 이전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주택 착공 건수가 월 200만채를 웃도는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주택착공 건수가 이처럼 많았을 때는 1980년대 중반 FRB가 금리를 크게 낮췄을 때와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 병력이 돌아왔을 때 역사적으로 두 차례 뿐이었다고 블리처는 지적했다. 금융위기 직전 주택시장은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과도한 호황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착공은 90만건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주택착공이 평균 110만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블리처 회장은 최근 주택시장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주택 차압과 재고 건수를 감안하면 주택시장이 아주 느리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는 310만채 정도로 금융위기 이전에 평균 50만채 수준을 크게 웃돈다. 그림자 재고란 차압에 들어간 주택, 악성연체 주택, 차압돼 금융기관이 소유한 주택 등 시장에 나오지 않은 주택 재고를 뜻한다.
최근 주택 차압 건수가 줄고 있는 것과 관련해 블리처 회장은 은행들이 주택 차압을 늦추고 있는 것 뿐이라며 여전히 차압될 주택은 대규모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 가치가 주택 관련 부채보다 낮은 소위 언더워터 상태의 담보대출 숫자가 워낙 많아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리처 회장은 특히 주택 차압 문제는 매우 천천히 해결될 것이며 대출 부담이 커진 언더워터 모기지는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따.
그는 KB홈, DR호튼, 톨 브라더스 등 주택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52주 신고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향후 주택 건설업체들은 계속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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