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는 어중간한 시간/잠들 수도 얼굴에 찬 물질을 할 수도/책을 읽을 수도 없다/공상을 하기는 너무 지치고/일어나 서성거리기엔 너무 겸연쩍다//무엇을 먹기엔 이웃이 미안하고/무엇을 중얼거리기엔 내 스스로에게/너무 부끄럽다.(.....)
김지하의 '새벽 두시' 중에서
■ 어느 게임사가 기업 이름을 '4시33분(4:33)'으로 지었다. 그걸 보니 김지하의 저 시가 생각났다. 하루 중에서 어느 시간을 택하여, 날렵하게 그 의미의 결을 떠낸 것이 신통해서 말이다. 이 게임사는 4시33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 시간요? 오후 그쯤 되면 가장 게임하고 싶은 때 아닙니까? 하루의 에너지를 대략 다 쓰고 파김치가 되어가는 시간. 한 판 게임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동할 때가 그 무렵이란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게임사가 붙일 이름으론 천하의 명품이다. 시간이 이토록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의 소재란 걸 이 기업이 깨우쳐준다. 시간에 얽혀 사는 인간, 시간의 어느 때에 생겼다 시간의 어느 길이까지 살다가 시간의 어느 지점에 가만히 눈감는 인간에게, 시간은 관심의 대상이며 문제의 핵심이다. '언제'는 바로 인간의 세계가 우주의 시계와 만나는 극적인 지점이다. 역사는 어쩌면 시간에 부기하는 거대한 숙박계같은 것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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