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기자님 식사 하셨어요?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인터뷰는 천천히 해요."
영화 '7번방의 선물'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난 25일 류승룡은 대뜸 기자를 보자 이 말부터 건넸다. 류승룡과 만난 시간이 하필 점심시간인 낮 12시. 사실 밥을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눈빛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식사토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이 날이 인터뷰 진행 마지막 날이었다는 점. 앞서 50여개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는 류승룡은 마지막 날이었던 만큼 유독 파이팅이 넘쳤다. 혹독한 추위가 카페 안까지 파고들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퍼져 나왔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촬영을 마친 류승룡과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7번방의 선물'은 제목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달리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교도소 내 7번방을 중심으로 용구(류승룡)와 7번방 패밀리들이 용구의 딸 예승(갈소원)을 교도소 안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무엇보다 6살 지능을 가진 용구를 훌륭하게 소화한 류승룡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개성이 강한 악역을 주로 맡았잖아요? 환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순수함을 보여주자는 욕심이 있었는데, 마침 '7번방의 선물'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죠. 원하던 장르이기도 했고, 시나리오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선택하게 됐죠."
과연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묵직한 저음으로 여심을 사로잡던 카사노바는 온데 간데 없었다. 특유의 능청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용구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류승룡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
류승룡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조연을 연기한 덕에 그가 마치 주연처럼 느껴졌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원톱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막상 '7번방의 선물'을 보면 류승룡보다 예승 역의 갈소원 양이 더 눈에 띈다. 오히려 갈소원 양이 원톱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하하하. 맞아요. (갈)소원이가 주연이예요. 연기도 잘했지만, 그 나이에 뭔가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아이예요. 보통 현장에서 그 나이 아이들은 힘들면 칭얼대기도 하는데, 소원이는 그런 게 없었어요. 힘들어도 꾹 참더라고요. 소원이가 입학을 앞두고 있다길래 얼마 전 가방을 선물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주례도 서 주고 싶네요.(웃음)"
'7번방의 선물'은 류승룡과 갈소원의 연기가 흥행에 큰 몫을 했지만, 특히 7번방 패밀리로 불리는 특급 조연들의 눈부신 캐릭터 열전도 톡톡히 한몫 했다. 류승룡 역시 "이처럼 화려한 조합은 없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터뷰 내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있던 류승룡이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류승룡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7번방의 선물' 스코어를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 "얼마나 예상하시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는 "이 얘기는 처음하는 건데..."라며 "500만 정도?"라고 답하고는 멋쩍은 듯 호통한 웃음을 지었다.
장영준 기자 sta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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