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화 '지슬' 감자 한알의 인간愛-제주 4·3 피난민을 만나다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한국영화 최초 제29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영화 '지슬' 감자 한알의 인간愛-제주 4·3 피난민을 만나다
AD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선댄스 월드시네마 심사위원 대상은 매우 특별한 작품에게 돌아갔다. 영화의 시적인 이미지는 서사의 깊이와 함께 정서적인 충격을 안겨주며 우리를 강렬하게 매혹시켰다. 감독은 특정 인물들의 역사적 일화를 다루는 것을 초월해 불멸의 세계를 담아내는 성취를 이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26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제29회 선댄스영화제의 마지막 날, 아누락 카쉬아프 감독이 상기된 표정으로 시상대에 섰다. 각본상, 감독상에 이어 마지막 순서인 심사위원 대상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곧 이어 그의 입에서는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가 호명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의 대상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대상을 결정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매 상영관마다 '지슬'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덕택에 '지슬'은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오멸 감독은 "이 상은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제주 섬 사람들의 통증을 이야기한 영화다 보니까 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해 준 수많은 영혼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선댄스를 사로잡은 '지슬'은 23일 개막한 제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 상영을 앞두고 있다. 2월에 있을 제19회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장편영화 경쟁부문에도 진출해 또 한 번의 수상을 노린다. 이미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넷팩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 무비꼴라쥬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어 화제가 됐다.


영화 '지슬' 감자 한알의 인간愛-제주 4·3 피난민을 만나다


이쯤되면 '지슬'이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인 제주 4.3을 유머와 위로를 곁들인 방식으로 들춰낸다. 때는 1948년 11월, 제주섬에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온다.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 이 끔찍한 지시에 대해 "형님 나 총 없어도 돼. 나 완전 빨라 총도 나 못맞출걸"이라며 무작정 내달릴 정도로 순박한 것이 당시 제주도 사람들의 모습이다.


흉흉한 소문에 못이겨 삼삼오오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은 산 속에 우선 은신처를 찾는다. 이 와중에서도 이들은 부족하나마 따뜻한 감자를 나눠먹으며,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내려 한다. 피난의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집에 두고 온 돼지가 굶어 죽을까봐 걱정하고, 아들은 다리가 아파 함께 못 온 노모 생각에 애가 탄다. 이들이 나눠먹던 유일한 생존 수단인 감자가 바로 제주도 방언으로 '지슬'이다. 마을사람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군인들의 학살은 참혹하게 진행된다.


영화는 신위-신묘-음복-소지라는 소제목이 붙은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모셔 앉힌다는 '신위', 영혼을 모시는 장소를 뜻하는 '신묘', 제사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 제사에 사용한 지방지를 태우는 행위인 '소지' 등 제사의 의식에 맞춰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간 제주 4.3 희생자들의 원혼을 위무한다. 오멸 감독이 "수상의 기쁨을 영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한 발언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흑백의 화면에 커다란 흰 글씨로 자막이 올라가는 게 마치 옛날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제주 출신 배우들과 제주 방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막은 필수다. 부산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들이 초반에는 낯설어 하다가 중간에는 웃다 울다가 끝내는 먹먹해진 가슴으로 돌아가게 했던 작품이 바로 '지슬'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제주'의 아픔을 다시 끄집어낸 오멸 감독은 제주 토박이다. 데뷔작 '어이그 저 귓것'(2009)에서부터 '뽕똘'(2009), '이어도'(2011) 등 줄기차게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뽕똘'은 키가 작지만 야무지게 생긴 사람을 말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어이그, 저 귓것' 역시 제주도 사투리인데 '아이구, 저 귀신이 데려갈 바보 같은 놈'이란 뜻이다.)


가장 최근작 '이어도' 역시 물질을 하며 혼자서 아기를 키우는 어린 엄마를 그린 작품으로, 제주도의 바람과 돌, 여자를 잔잔한 흑백 화면에 담아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도 오 감독은 제주 4.3 사건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지슬'은 개봉 역시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한다. 이름 없이 떠난 이들에게 제사를 지내듯 가장 먼저 이 영화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주에 서는 3월1일, 나머지 지역에서는 3월21일 관객과 만난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