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눈과 귀가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이번 인수위에는 지방분권을 전담하는 조직은 물론이고 지방분권 전문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대선공약집에 명시된 지역공약이 재정여건상 추진이 어렵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정부가 지방분권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된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다. 이의 실현을 위한 정책 과제가 바로 지방분권이며 국가적 차원인 만큼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22년째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 한 예로 지난 해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151조원 가운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4조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건비 등 경상비 31조원, 국고보조사업 60조원(국가 예산 기준), 법적ㆍ의무적 경비 46조원을 빼고 나면 자율예산이 고작 9% 수준이다.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의 국고보조율 상향 등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 또 8대 2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적인 비율의 재조정을 통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지방재정 확충 없이는 박근혜 차기정부가 중점 공약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균형발전과 중산층 확대는 말로만 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분권강화를 위해 중앙행정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이 필요한 것이다. 현지성이 높고 주민생활의 편의와 밀접한 업무분야는 과감히 지방이양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지방의회의 인사독립권이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제상의 모순을 정비하고, 최소한 광역의회 의원에게라도 전문 인력 1인 정도를 지원하여 입법 및 정책기능을 보강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의회사무처만 인력을 지원받고 있다. 날로 지방행정은 전문화ㆍ복잡화ㆍ다양화되고 집행기관에 권한과 정보가 집중돼 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비대해진 반면 이를 견제ㆍ감시해야 하는 지방의회는 여전히 제한된 권한과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원들의 실질적인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서는 정책보좌관제가 도입돼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서울특별시의회 기본조례' 제21조 유급보좌관 규정에 대해 "지방의회 의원의 신분, 지위 및 그 처우에 관한 현행 법령상의 제도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것으로, 개별 지방의회의 조례로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 국회의 법률로 규정해야 할 입법사항이어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 22년간 변화된 지방자치의 환경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과거의 중앙집권적 권력행사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하루속히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인수위는 역대 정부의 지지부진한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실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심각한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회생과 진정한 지방자치가 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5년 동안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여부는 국민들의 삶의 정도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의 입장에서 정확히 바라보고 바람직한 지방분권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바로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바라던 국민대통합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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