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한 30대 남성이 무단 침입해 기자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했다. 철통보안을 강조하며 기자들에게 출입증까지 발급해 드나들 때마다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 온 인수위의 체면이 구겨지게 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본관 2층에 차려진 인수위 브리핑 룸에 한 30대 남자가 나타나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을 올해 31살로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모씨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처음으로 인사드린다.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높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여러분 국민들 모두가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신데 대해 제 한 몸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다"고 말한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잠시 당황한 기자들은 대변인실 등에 문의했지만 이 남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혹시 새로 임명된 청년위원 아닌가 추측이 나돌 뿐이었다.
이 남자는 결국 관할 종로경찰서에 의해 무단 침입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인수위의 청년특위위원장이 되고 싶어 들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문제는 인수위가 그동안 철통 보안을 강조하며 인수위원들은 물론 기자들과 민원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를 비웃듯이 이 남자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정문을 통과해 금융연수원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위는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고 있는 박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경호실ㆍ경찰 등이 파견돼 출입구부터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날 이 남자의 무사통과로 인해 보안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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