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트라우마 투자자 발빼기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반토막' 펀드로 투자자 속을 썩이던 베트남펀드가 올해 대박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줄환매가 지속되며 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을 비롯해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9∼24%대로 은행 정기예금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고, 특히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인 11.16%와 비교해도 뛰어난 성과다.
최근 VN지수가 2거래일째 강세를 유지해 390선에 근접한 데다 부동산 시장 지원조치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면서 부동산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은행주도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오르는 등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베트남펀드는 지난 2007년 해외펀드붐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지만 5년 만기를 앞두고 원금이 반토막 나는 등 성과가 부진해 투자자 원성을 샀다. 이에 한국투신운용·미래에셋 등 각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그간 환매를 할 수 없었던 폐쇄형 펀드를 일제히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수익률 개선을 약속하는 등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증권 2' 펀드를 운용하던 동양운용도 지난 9월 수익자총회를 개최, 5년 만기 폐쇄형 펀드를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투자자가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그러나 베트남펀드 '트라우마'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베트남펀드 10개중 '동양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만 제외하고 9개 펀드가 줄환매에 시달리고 있다.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 1'에서는 올해만 271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고,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 1'과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에서도 각각 136억원, 131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출됐다.
폐쇄형을 개방형으로 전환해 원금 손실 회복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운용사 취지와 달리 손실폭을 키울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서둘러 '발 빼기'에 나서는 것이다. 베트남증시 개선과 운용사 절치부심으로 올해 수익률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베트남펀드중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과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 1'의 5년 수익률은 각각 -58.48%, -48.36%로 반토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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