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생트집을 잡아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블랙컨슈머가 사기ㆍ공갈ㆍ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과 냉장고, 컴퓨터 등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수리를 의뢰한 뒤 직원들을 협박해 환불ㆍ손해배상을 받는 수법으로 206차례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정여사' 코너를 뺨친다.
소수 블랙컨슈머로 인한 피해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결국 선량한 다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사회악이다. 블랙컨슈머의 활동영역은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생활과 밀접한 유통, 패션, 식품 중심이었던 영역이 휴대폰과 가전제품, 자동차, 금융상품으로 확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4%가 블랙컨슈머로부터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악성 댓글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해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시켜 폭발시킨 뒤 인터넷에는 충전 중 터졌다는 글을 올렸다가 1년 실형을 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블랙컨슈머의 행태는 기업 이미지 때문에 싫은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 하는 콜센터ㆍ대리점 직원 등 감정노동자들의 약점을 잡는 파렴치한 행위다. 불량고객의 횡포가 도를 더해가면서 감정노동자들이 고통을 받는 2차 피해를 안긴다. 콜센터 직원들의 경우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당하는 기업들로선 억울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량 소비자를 가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트집 잡히지 않도록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정성껏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먼저다. 하자가 있는 제품에 대한 리콜도 제때 널리 알려야 한다.
제조물책임법 개정 등을 통해 소비자가 좀 더 쉽게 민원을 제기하고 보상받도록 하자는 정부의 소비자정책 방향은 옳다. 소비자 파워는 커져야 한다. 동시에 정당한 요구를 하는 '목소리 큰 소비자'와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는 구별돼야 한다. 허위사실과 공갈ㆍ협박에 의한 막무가내식 보상 요구는 형사범죄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깨우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소비자도 공정해야 사회가 살기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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