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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멈춘 성장, 투자본능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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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경제성장이 거의 멈추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불과 한 달여 전인 10월 하순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다. 그만큼 경제냉각 속도가 빨랐다는 얘기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와 같은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2%를 겨우 턱걸이하는 정도일 것 같다.


3분기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낮아진 것은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더 많이 줄어들고 정부소비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민간소비와 수출은 그런대로 호조세를 유지했다. 한마디로 기업이 투자에 몸을 사리고 정부가 경기하락 대응에 소극적인 것이 성장률 하락을 가속시켰다.

특히 성장의 동력원인 기업투자가 부진한 것이 문제다. 3분기에 설비투자는 4.8% 감소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본형성 총액을 국민 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구하는 총투자율이 1분기 29.5%에서 3분기 26.0%로 떨어졌다.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이런 경제냉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태도가 보수화되고 투자본능이 크게 약화됐음이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저축률 관련 분석자료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1988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국민 총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개인저축의 비율이 18.7%에서 4.3%로 급락하는 동안 기업저축의 비율은 14.8%에서 19.9%로 상승했다. 기업저축률이 개인저축률보다 4배 이상 높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기업이 빌려 투자한다는 경제순환의 기초상식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기업투자율은 큰 변동 없이 18~19%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는 늘리지 않은 채 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본능이 약화된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과도하게 웅크려 든다. 기업들의 이런 태도로 인하여 경기변동의 진폭이 커져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흔히 불경기 때 생겨나곤 하는 새로운 투자기회를 놓쳐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지금의 제자리걸음 경제성장이 10년 이상 장기불황의 서막이 아니란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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