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이해진·김범수·장병규 등 IT벤처 육성 견인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회사원 김세영(29세)씨는 요즘 두더지 잡는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액정을 두드리며 두더지를 잡는 재미에다 직장 동료들과 랭킹 배틀을 벌이는 즐거움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두더지를 앞세운 '모두의 게임'이 애니팡ㆍ드래곤플라이트에 이어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출시 2주 만에 65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역대 카톡 게임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핫독스튜디오는 지난해 자금력에 한계를 겪었지만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금 35억원을 유치해 카톡 대박을 이뤘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신생 벤처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이해진 NHN 의장이 이끄는 '빅4 사단'이다. 이들 1세대 벤처 기업인들은 모바일 콘텐츠부터 소셜커머스까지 투자 활동에 주력하며 IT 생태계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핫독스튜디오는 '김택진 사단'의 대표주자다. 김택진 대표는 넥스트플레이, 크레이지다이아몬드 등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면서 단순한 몸집 불리기보다는 개발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업계 관계자는 "핫독스튜디오의 경우 피인수자 쪽에서 먼저 접근해 투자가 이뤄진 케이스이지만 벨류에이션에서 아쉽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며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개발사에 대한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투자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닷컴 벤처신화의 주역인 이해진 NHN 의장도 신생 벤처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다. 이해진 사단에는 나우콤에서 독립해 설립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모모와 라인에 연동되는 모바일게임 라인버즐을 개발한 엔필 등이 속한다. 모모는 10년 이상 음악게임을 개발한 베테랑 개발 인력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알짜 개발사다. 모모에서 개발한 오투잼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높은 인지도를 구가하고 있다.
이해진 의장이 이끄는 NHN은 휴대폰 게임ㆍ결제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는 엠비즈글로벌의 지분 6.2%(약25억원)도 갖고 있다. 교육앱 개발사인 플레이웍스와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트롤게임즈도 이해진 사단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오렌즈크루는 국내 모바일게임 양대산맥인 게임빌과 컴투스로 모바일게임 퍼블리싱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톡으로 대박을 터트린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단에는 모바일 개발사들이 대거 포진한다. 그린몬스터, 위시링크, 키즈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린몬스터의 경우, 아직 서비스가 출시되지도 않았는데도 가능성을 보고 5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힘입어 그린몬스터에서 개발한 앱 플라바 2.0은 중국 출시 당일(9월 7일 기준) 중국 앱스토어 카테고리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의장이 지난 9월 5억원을 투자한 '위시링크'는 모바일 쇼핑광고 앱 '카카오스타일'을 선보이며 월매출 3억원을 올리고 있다. 키즈노트는 지난 4월 어린이집의 '알림장'을 앱으로 만들어 전국 600여개 어린이집에 공급하는 등 유틸리티앱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졌다. 카카오 측은 "김범수 의장이 지난 4월 벤처투자사를 설립한 이후 능력 있는 벤처 성장을 지원하는데 보다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뿐 아니라 창업과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단과 차별화된다. 장 대표는 2년 전 본엔젤스 설립 이전부터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 미투데이에 투자했으며 이들 벤처들은 KT와 NHN에 각각 인수됐다.
또한 모바일 메신저 '틱톡' 개발사인 매드스마트, '쿠폰모아'를 만든 씽크리얼즈를 비롯해 우아한형제들, 지노게임즈 등 수많은 벤처에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틱톡은 서비스 1년 만에 투자 대비 15배의 성과를 올리며 SK플래닛에 팔렸고 씽크리얼스는 지난해 기술력과 인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카카오에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장 대표는 재무제표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투자해 소규모 모바일 앱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룬다"며 "M&A로 재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벤처 1세대들의 자본 투자 등이 경쟁력 있는 벤처 기업 육성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세대들의 성공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IT 생태계가 지속 성장 가능한 모델로 체질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 이어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가운데 벤처 1세대들의 자본 투자와 기술 협력은 모바일 선진국 진입의 강력한 동력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