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등과 이해관계 절충 못한 결과.. 범죄예방단지 '차질'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서울시가 추진해온 ‘파출소 위 여성전용임대주택’ 건립 계획이 무산됐다. 관계기관간 이해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서울시는 ‘여성을 위한 안심주택’이라는 큰 틀은 유지, 범죄예방을 위한 설계가 적용된 일반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계획 중 가장 대표적인 맞춤형 임대주택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수정돼 향후 구체적인 임대공급 추진계획에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주 ‘천왕동 여성전용임대주택’의 기본 계획안을 변경하는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사업명은 ‘여성안심주택’이어서 기존과 차이가 없지만 조성부지가 바뀌었다.
당초 서울시가 계획한 구로구 천왕동 27일대 1140㎡ 규모의 사업지는 소방서, 우체국 등 공공시설이 들어설 공공청사2부지였다. 구로경찰서는 2개 필지 중 1개 필지를 매입한 후 지구대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문서 등으로 공식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부지매입비용 10억원 확보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됐다.
이에비해 서울시는 지구대 위에 원룸을 얹어 짓는 계획을 세워놓고 경찰청과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서울경찰청과 입장차이는 초반부터 크게 불거졌다. 경찰청은 여성안심주택 관리 등을 이유로 부지의 무상지급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매입비 부담이 줄어든다며 매입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재건축 때 건축비 혹은 시설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도 경찰청과의 이견 중 하나였다. 또 서울시는 1~2층 전부를 지구대 용도로 사용토록 하거나 1층에 민원실과 함께 어린이집을 입주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경찰청은 “어린이집이 지구대와 같은 층에 입주할 경우 어린이들의 각종 사건 목격 등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입주를 포기했다.
서울시는 경찰청과 이견이 봉합되지 않아 파출소 건립이 백지화되자 1층에 어린이집만을 조성하는 설계 용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2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서며 3층부터 여성전용주택 78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대신 ‘여성을 위한 안심주택 공급’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기 위해 단지 곳곳에 CCTV 등 범죄예방 설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비실은 단지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통합경비방식으로 계획하고 단지출입구에는 종합경비실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방범체계까지 담았다.
하지만 관계기관과 구체적인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부터 발표하며 혼선을 준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015년까지 여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20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안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서울경찰청과의 입장차로 경찰서나 파출소지구대를 활용할 공급여력이 크게 줄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청과) 협의를 꾸준히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획안을 변경하게 됐다”며 “대신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만큼 단지 내외부에 범죄예방 설계안을 적용시켜 본 취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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