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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정치 씨름하는 두분, 民이 원하는 경제 샅바는 어쨌소

시계아이콘02분 10초 소요

서로 흠집내기 바쁜 대선주자들
차이 별로없는 공약전쟁, 분열 치유할 리더십은···


[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정치 씨름하는 두분, 民이 원하는 경제 샅바는 어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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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대선이 지루하다는 말이 들린다. 과거와 달리 선거일 240일 전에 등록하도록 한 대선 예비후보 활동기간이 너무 길어서일 수도 있다. 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도대체 나아지는 게 없는 민생고통에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무너져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은 대선후보들이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는 쏙 빼놓고 자기들끼리 흠집 내기에 열 올리는 모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열을 올리는 화두 중 하나가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 논쟁에 먼저 불을 댕긴 것은 안철수 후보다. 사실 제3후보가 기존 정당의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열풍을 일으킨 자체가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을 포함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전문가들의 호된 비판을 받은 동시에, 단일화에 목마른 문재인 후보로부터도 별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국민들의 관심을 끈 것도 아니었으며, 단일화를 요구하는 민주당에 정치개혁을 하면 협상에 응하겠다고 버티는 사이 오히려 자신의 지지도는 계속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ㆍ문ㆍ안, 이른바 빅3의 '정치개혁' 공약이 나왔다. 특히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기대를 모아오던 '새정치 공동선언'을 합의해 발표했다. 이러한 공약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권력분산과 국무총리의 권한강화', '검찰개혁', '국회의원 및 중앙당의 권한 축소' 등이다. 그러나 목 빠지게 정치개혁을 열망하던 국민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격이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정치개혁이라는 용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즉 여야 대선후보가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제도 개혁안'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과연 정치제도 개혁이었을까? 한동안 정가를 휩쓸던 대표적 슬로건은 바로 '99%의 분노'였다. 이 말의 시작은 2008년 월가의 금융위기에서부터였다. 세계 금융을 주무르는 월가의 부도덕함, 그리고 이를 용인하고 방치함으로써 자본과 결탁했다는 눈총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월가 점령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대중의 분노와 관련, 살릴 셰티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의 일갈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2012년 연례보고서에서 '각국 정부는 정당한 리더십을 발휘해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을 보호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을 제지함으로써 부당함을 거부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보다 사람을, 이윤보다는 인권을 우선해야 될 때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 99%의 분노의 실체는 바로 사람의 가치마저 희생시키는 탐욕스러운 자본과 이들에 굴복하거나 결탁한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권력과 결탁한 저축은행 사건, 골목상권의 붕괴,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재벌들의 무소불위,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 중소기업과 서민을 외면하는 금융, 치솟는 물가와 전셋값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은 바로 경제개혁에 다름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정치혁신안에는 '나만 잘 살면 되는 경제'를 어떻게 '함께 잘 사는 경제'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규제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경제범죄와 이를 방조한 정치인의 강력한 처벌,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기업의 향응과 로비 등의 강력한 처벌, 공무원의 윤리강화와 재량권 축소 등 이른바 한국의 움직이는 파워엘리트들에 대해 강력한 공적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정치개혁은 그 번지수가 틀렸다. 게다가 여성 대통령 공방, 지루한 단일화 과정,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알맹이 없는 '새정치 공동선언'까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영 부족하다. 일 안하는 국회의원들을 혼내주는 것도 의미는 있다. 좋은 얘기이며, 시원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들이 목말라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제 부자와 서민,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 등으로 갈려 반목하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정치질서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분열을 치유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보아야 한다.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시기에 전 사회적으로 확산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 간 협약을 촉진하고자 하는 '뉴딜'을 새로운 리더십으로 내놓은 바 있다. 남은 기간 복잡다단한 우리 사회에서 실타래처럼 엉킨 각계각층의 이해관계 충돌을 새로운 정치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해법을 보여주는 진짜 정치혁신의 비전이 나오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도 대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김헌태 정치평론가ㆍ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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