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 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올림픽 특수'로 3분기 성장률은 반짝 회복했지만 4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이 높아 추가 부양책을 꺼내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장기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 등 영국 경제가 딜레마에 빠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산업 개혁 등 영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은행(BOE)은 이날 발표한 인플레이션보고서에서 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에서 0.2%로 소폭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치는 지난 8월보다 낮은 1.2%로 낮춰 잡았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OE는 에너지가격 상승 등을 들어 2014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상황도 좋지 않다. 영국의 실업률은 7.8%로 1%포인트 하락했지만 실업자는 10월 158만명으로 오히려 10만100명 늘어났다.
머빈 킹 BOE총재도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인플레 목표치를 웃도는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BOE의 금융통화위원회(MPC)는 물가상승률 등을 들어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돼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세금 감면이나 정부지출 확대 등을 통해 소비를 촉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축일 수 있다. MPC가 지난 8일 자산매입 규모를 3750억파운드로 유지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가계와 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은행들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지난 8월 도입한 대출펀딩제도(FLS)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대출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유동성 공급에만 급급할 경우 은행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이는 영국 경제에 다시 해가 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뼈를 깎는 구조개혁 없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만으로 영국의 이중침체(더블딥)을 막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영국 정부가 80%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 대형은행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은행들의 업무 비용을 증가시키는 등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이익창출 능력과 안정성, 건전성을 개선하고 영국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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