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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80만대군 앞에 앉은 서희, 회유로 시작해 논리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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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리더십 키워드-서희
"여진이 고려를 가로막아 거란에 사신을 못 보냈을 뿐
따져보면 강동6주는 고려땅이요"

[포커스리더學]80만대군 앞에 앉은 서희, 회유로 시작해 논리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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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송나라에 구준(寇準)과 부필(富弼)이 있는 것만 알고 고려에도 일찍이 서희 같은 사람이 있었던 것을 모른다.(중략) 서희는 사신으로 거란에 나가 예로서 대항해 굽히지 않으니, 포악하고 사나운 오랑캐도 놀래고 감동돼 끝내 화친을 맺었으니, 봉명사신으로서의 법도를 지킴이 또한 어찌 부필부필(富弼)만 못하겠는가?
-동국통감(東國通鑑) 중

993년(성종12년) 고려는 건국 75년 만에 국운을 위협하는 상황에 처한다. 당시 최고의 힘을 과시하던 거란이 80만 군사를 끌고 고려를 위협한 것이다. 거란의 1차침입이다. 이 때 홀로 거란의 장군 소손녕과 담판에 나선 이가 바로 역사상 가장 탁월한 협상가로 꼽히는 서희다.


거란이 내건 침략의 근거는 두 가지였다. 이미 거란이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했는데 고려가 국경을 침범하고 있다는 것과 스스로 와서 거란을 섬기지 않는 자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요구를 들은 서희는 '협상을 통해 화친할 수 있다'고 간파했다.

어전회의에서는 항복과 땅을 떼어주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결국 성종은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자는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창고를 열어 식량을 백성들이 들게 하고 적의 군량이 되지 않게 대동강에 던지라 했다. 이 때 서희는 반대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고구려의 옛 땅을 찾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우리를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땅을 떼어주는 것은 만세의 부끄러운 일"이라 꼬집었다.


서희는 선(先)항전 후(後) 협상으로 조정의 분위기를 유도했다. 성종이 "누가 적진에 들어가 세치 혀로 적군을 물리쳐 만세의 공을 세우겠느냐" 묻자 아무도 응하는 자가 없었으나, 서희는 "감히 왕명을 받들겠다"며 의연히 나섰다.


이후 소손녕과 담판에 나선 서희는 뛰어난 대화술로 고려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명분을 줘 회유하는 전략을 택했다.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승리다.


우위에 있는 소손녕은 서희에게 임금의 예를 갖춰 절하길 요구했지만 서희는 당당했다. 주군에게만 할 수 있는 절을 맨땅에서 할 수 없으며 두 사람은 각국의 대표자로 평등한 상태로 협상할 것을 당당히 요구한 것이다. 그의 당당함에 소손녕은 감탄했다 전해진다.


서희는 "우리 나라가 바로 고구려의 옛 땅이요. 만약 국경을 따진다면 귀국의 동경도 모두 우리 국경 안에 있던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압록강 안팎도 우리 경내인데 지금 여진이 훔쳐 살고 있어, 교활하고 간사한 그들이 통로를 막아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알현을 못하고 사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여진을 쫓아내고 우리의 옛 땅을 찾아 성보(城堡)를 쌓고 길이 통하면 어찌 사신을 보내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서희의 유연한 외교술은 싸우지 않고 거란의 대군을 돌려보내고, 강동 6주를 확보하는 실리까지 얻어냈다. 서희가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거란-송-거란의 역학관계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당시의 전황과 소손녕의 심중을 정확하게 읽었기 때문이다. 당시 거란은 안융진전투 이후 산악지대에서 전투에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또한 서희의 언변과 당당함도 한몫했다.


앞서 서희는 송이 건국되던 해 과거에 급제해 이후 송나라 사진으로 파견을 간 바 있다. 타고난 외교적 감각은 물론, 이때부터 송과 거란이 대치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안목을 키워왔던 셈이다.


서희는 절도 있고 강직한 문관으로 기록돼있다. 983년(성종2년) 병관어사(兵官御事)가 된 서희가 왕을 따라 서경에 갔을 때, 성종이 몰래 영명사에 가서 놀고자 했다. 그러나 서희는 글을 올려 그것이 옳지 않음을 간했다. 이후 성종은 서희에게 안장과 말을 상으로 내리고 승진시켰다.


또한 성종이 공빈령(供賓令) 정우현(鄭又玄)이 올린 상소문에 화가 나 "감히 직책을 벗어난 일을 논했으니, 벌을 주는게 어떠냐"고 했을 때, 다른 대신들이 임금의 뜻대로 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서희는 "간하는데는 관직이 없다. 오히려 상을 줘야한다"며 반대의견을 표했다. 이에 성종은 크게 깨달아 정우현을 감찰어사로 뽑고 서희에게도 상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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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에 대한 성종의 총애는 각별했다. 성종 15년 서희가 병으로 개국사(開國寺)에서 요양을 할 때, 성종이 직접 찾기도 했다. 절에 곡식을 시주해 병이 낫기를 기도하는 것은 물론, 이듬해 조정에서 녹봉을 나눠줄 때도 "아파서 조정에 나오지 못하니 물러난 사람에게 주는 녹봉을 주라"고 직접 지시했을 정도다.


기록에는 서희가 태어난 해가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다만 고려사 세가에 목종1년(998년) 가을 7월 14일 태보내사령 서희가 졸하였다고 돼있고, 서희열전에 목종원년(998년) 돌아가시니 57세였다 돼 있어 942년에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신병으로 개국사에서 죽은 이후 성종 묘정(廟庭)에 배향, 덕종 때 태사(太師)가 추증(追贈)됐다.
(도움말:현대경제연구원)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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