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족지배기업 위주..420억유로 지원책도 한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2010년 현재 독일에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367만개나 존재한다. 미텔슈탄트란 독일 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인력이 500명을 넘지 않고 매출이 5000만유로(약 720억원) 미만인 미텔슈탄트는 독일 전체 기업 가운데 99.6%나 차지한다. 독일이 '중소기업의 나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에 왜 미텔슈탄트가 없는지 최근 소개했다.
프랑스에는 아레바·르노·비방디 같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미텔슈탄트는 별로 없다. 창업 가문이 지분 25% 이상을 갖고 있거나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른바 '가족지배기업'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이후 프랑스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이는 미텔슈탄트와 거리가 멀다.
프랑스는 2008년 종업원 수가 250~5000명으로 매출이 15억유로 미만인 이른바 '중견기업(ETI)'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ETI를 지원하기 위한 420억유로 규모의 투자은행(BPI)도 설립했다. BPI는 프랑스 국부펀드(FSI), 기술금융기관(OSEO), 프랑스 정부 산하 펀드(CDC)의 기능이 통합된 것으로 ETI에 대한 재정 지원과 수출 환경 개선을 주도한다.
그러나 재정 지원만으로 미텔슈탄트를 양성하기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정부 중심의 상명하복식 정책으로는 지역에 기반한 건실한 미텔슈탄트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미텔슈탄트의 성장 과정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이 2차대전으로 피폐해진 산업을 복구하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독일 정부는 전쟁으로 피해가 컸던 대기업 대신 미텔슈탄트를 육성하고 이들 업체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이로써 독일의 미텔슈탄트는 대기업 협력 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독일 경제를 떠받드는 든든한 축이 됐다.
단기 재정 지원이나 정책 같은 것은 언제든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를 키워온 오랜 전통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미텔슈탄트는 더딜지언정 견실한 성장과 단계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안에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 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는 중간 규모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으로 초토화한 독일 경제의 고도 성장을 주도해온 첨단 제조업 중심의 중간 기업을 뜻한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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