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이영규 기자, 오진희 기자] "줄줄 새고 vs 틀어 막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 온 연말 보도블록 교체를 두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31개 시ㆍ군 중 안양시를 제외한 30개 시ㆍ군에서 적절한 심의없이 보도블록을 무차별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부임 후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하면서 동절기인 12월부터 2월까지 공사를 금지한 상태다.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였던 보도블록 뜯어내기가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1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이재준(민주통합당ㆍ고양2) 의원은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보도블록 교체 때 국토해양부 도로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곳은 안양시 단 한 곳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보도블록 교체 때 도로심의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보도블록 교체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을 통해 보도블록을 교체하려면 반드시 도로심의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 사용기간 10년의 연한 규정도 폐지해 특별한 하중을 받지 않을 경우 연장 사용토록 했다.
국토부가 지침을 보완한 것은 도내 시ㆍ군이 보도블록 교체에 매년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는 등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내 시ㆍ군의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보도블록 교체 예산은 527억9000만원이었다. 연 평균 105억5800만 원을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에 사용한 셈이다.
이 의원은 "정부의 명령과 지침이 일선 지자체에서 무시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시ㆍ군에 대해서는 교부금 등에 불이익을 주고, 심의위를 거치지 않는 채 보도블록을 설치한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경기도내 자치단체들이 통신선로 '지중화' 작업을 미루면서 일정기준 이상 건축물 준공 시 필요한 통신맨홀 설치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같은 도의회 김주성(민주통합당ㆍ수원) 의원은 "해마다 통신 맨홀을 설치하기 위해 1500억 원의 국민 재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 재산이 단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맨홀설치에 쓰였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지난 4월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하면서, 동절기인 12월부터 2월까지의 보도공사를 금지토록 했다. 특히 관련 예산도 2010년에 비해 지난해부터 현저히 줄어 자치구들마다 예산부족으로 보도블록을 교체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라 세수부족이 가중된 까닭이다.
최근 3년간 서울시 보도정비 관련 예산은 지난 2010년 시비 86억원, 자치구비 77억원으로 총 163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산은 지난해 세수 감소로 구비 13억5000만원 수준만 투입, 시비 자체예산은 없었다. 올해 역시 시비는 한 푼도 없으며, 구비에서 최소한의 보도정비 예산으로 10억원 수준이 들어갔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시내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구청역시 올 연말 자체 보도블록 교체 예산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강남구 이용선 도로관리과장은 "올 연말 보도블록 교체를 위한 구 자체 예산은 제로(0)"라면서 "서울시가 내려 보내준 (시설정비 일부예산)4000만원으로 훼손돼 손봐야 할 부분에 대한 교체는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토목과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유지 관리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건설현장에서 공사 중 진입로 보도블록을 훼손한 경우 건축주가 원상 복구하는 경우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원상복구시 만족할만한 복구가 되지 않거나 하자가 생길시 시정 요청을 해 재공사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또 서울시는 자치구의 보도공사 관리 상태를 재점검해 최근 구로구 오류동 수목원 1길 일부 보도 침하된 부분과 빗물받이가 부적절하게 설치된 부분을 다시 정비했다.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 관계자는 "이미 4~5년 전부터 남은 예산을 털기 위한 마구잡이식 보도블록공사는 거의 없어졌고, 건축시 보도블록 복구공사나 상하수도관 노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교체공사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동절기 공사는 긴급공사를 빼놓고는 철저히 금지시키기로 했는데, 이는 겨울 공사는 품질관리와 시공수준이 떨어지며 보도블록공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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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
이영규 기자 fortune@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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