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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한의학,소통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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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한의학,소통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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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졸업 후 대학원이나 제약회사, 병원 등을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약사 본연의 업무가 아닐까 생각하여 한 종합병원의 약제부를 선택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화학식으로 배웠던 약이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에게 전해져, 그 사람을 울게도 웃게도 한다는 사실은 사회 초년병에게 작은 감동까지 선사했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이 있고, 약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또 다른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의료라는 것이 무엇이고, 의료는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거듭될수록 빨리 공부해서 알고 싶은 욕심까지 더해져 결국 한의대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의학까지 섭렵한다면 의료에 대해 나만큼 잘난 체 할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치기어린 선택이기도 했다.


약사이면서 한의대에 진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속으로 셈하면서 입학해보니, 웬걸 한의대는 이미 늙수그레한 학생들로 만원이었다. 기초과학, 공학, 천문학, 통계학, 영문학, 건축학, 경영학, 철학, 역사학, 심지어 나와 같은 약사 친구에 의사까지.

이렇게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을 만학도로 이끈 이유는 뭘까. 한의학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까. 아니면 한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의 매력일까. 만약 후자라면 '우리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의학은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인간관, 세계관과 생활양식이 축적된 문화현상이다. 때문에 다양한 기반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한 한의학 공부는 오히려 사회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의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한의학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학문인가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유일의 한의학 전문 국가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한의학 연구개발(R&D)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한의학연은 1994년 설립된 이후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왔으며, 다학제 연구 인력과 최첨단 연구 장비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어 국가 최고의 한의학 분야 거점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다학제 연구 인력 구성은 타 연구기관과 비교 불가능한 한의학연만의 특징이다. 한의학 전공자뿐 아니라 한의학 연구의 시발점인 문헌연구를 위한 한문학, 인문학, 정보학 등의 전문가로부터 한약을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자생물학, 약학 전공자와, 의료기기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의공학, 전기ㆍ전자공학 전문가까지 대략 20가지 이상의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


20세기 들어와 눈부시게 발달한 서양의학을 보면 과학기술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서양의학은 엑스선 영상이나 로봇수술, 나노의학, 게놈학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성과들과 함께 과학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은 다학제로 연구돼야 객관성을 가지고 과학적인 설명이 쉬워진다. 또한 다양한 분야와 소통할 때 한의학 연구에서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 한의학이 한의사의 전유물이라거나, 몇천 년 전에 이미 완성돼 발전이 없는 학문이라는 오해 역시 다학제 연구로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의학은 의학이면서, 과학이면서, 문화이다. 소통하는 한의학, 한의학 융합연구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의학에 희망이 보이는 것도 다른 학문 간의 소통에 대한 이런 다양한 노력이 아닐까.


최황순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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