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예상대로 였다. 중국경제 침체의 여파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기업들의 잇단 실적부진으로 증시가 급락하며 전세계로 경기둔화의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폰이 3분기 실적 부진과 대규모 감원을 동시에 발표해 주가가 9% 이상 폭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듀폰의 3분기 순이익은 1000만달러(주당 1센트)로, 작년 동기의 4억5200만달러(주당 48센트)에 비해 대폭 줄었다. 시장 예상치 주당 46센트에도 턱없이 못미쳤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3M 역시 3분기 순익이 6.7% 늘어난 것으로 발표했음에도 연간 수익전망을 하향 전망한 탓에 주가가 4% 넘게 떨어졌다. 복사기 업체 제록스와 택배업체 UPS도 실적 악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적 부진은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듀폰은 또 전 세계 사업장에서 향후 12~18개월 내에 1500명을 감원키로해 충격을 줬다. 화학업체 다우케미칼도 감원을 고려중이다. 감원 규모가 2400명에 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신들은 일제히 미국 기업 실적 부진이 중국 경기침체에 기반한 것이라며 지난주의 구글, IBM 등 기술주에 이어 전통 제조업체까지 부진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가 중국 경제 부진으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에 대해 우려를 표한지 하루만에 등장한 듀폰과 3M의 실적은 우려를 현실로 바꿔놓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외 수출의 7%인 1039억 달러를 차지한다. 이런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7.4%에 그치는 등 부진을 거듭하자 미국 수출 기업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수요 부진이 미국 기업실적을 끌어내리고 있고 세계 경제에 공포를 불러 넣고 있다고 전했다.
잭 에이블린 해리스 프라이빗 은행 수석 투자 책임자는 "2009년 이후 처음 격는 기업 이익 감소는 증시의 방향이 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대부분 건설, 사회인프라 투자와 같은 중국경기에 민감한 업종들이다. 앞서 알루미늄업체 알코아와 미국 최대 굴삭기 제조업체 캐터필러 등도 중국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 실적 부진이 증시 약세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위태위태한 세계 경기의 현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상업은행인 US 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팀 리치 수석 투자책임자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약화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이날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3.36포인트(1.82%) 내린 13102.5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하루 하락 폭은 지난 6월 이후 최대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20.71포인트(1.44%) 하락한 1413.11이었다.
증시 뿐아니라 상품시장 역시 흔들리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1.98달러(2.2%) 내려간 배럴당 86.67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12일 이후 최저치다. 경기 우려가 유가를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산업경기의 가늠자로 불리는 구리값도 이날 1.6% 하락해 1 트로이 온스당 17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주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몰리며 미국 재무부채권은 금리가 1.771%까지 내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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