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인천계양도서관 직원들과 학교 사서 교사들이 힘을 모아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 교과서를 만들었다. 인천 계양도서관의 노재봉 문헌정보과장은 23일 "다문화 가정 자녀의 10명 중 4명이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도입국 자녀를 위해서 초등학교 교과서를 '이중언어'교재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바른생활'교과서를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로 번역해 한국어와 함께 실었다. 노 과장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이나 방과후 학습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재에 부착된 스티커에 '말하는 펜(say pen)'을 갖다 대면 한글을 읽어주는 기능도 개발해 스스로 학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직접 엄마 나라의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이중언어 교재를 개발한 경우는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를 '이중언어'교재로 개발한 경우는 처음이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2012년 다문화가정 학생 현황'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4만6954명으로 집계됐다. 다문화가정 학생 현황을 처음 조사한 2006년보다 5배 늘어난 수치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외국인학교 등을 감안할 경우 다문화가정 학생 5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결혼가정자녀 중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입국한 중도입국자녀의 경우 지난해보다 68.9%가 증가한 4288명으로 집계돼 이들의 한국어교육과 학교 적응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교과부는 중도입국 자녀의 학업포기를 막기 위해서 정규교육과정에 '한국어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중언어 강사'를 양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던 한국어교육이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규 교육과정에 '한국어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국립국어원과 한국어표준교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중도입국자녀들을 전담하는 '이중언어강사'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서울ㆍ경기ㆍ강원ㆍ경남ㆍ경북ㆍ부산 등 6개 시도에서 200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이중언어강사 양성과정을 밟고 있으며, 이들은 내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 배치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약 80여명의 이중언어 강사가 한국어를 못하는 중도입국자녀를 대상으로 일대일 지도를 하고 있다"며 "수업시간에 학생 바로 옆에 수업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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