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기관이냐, 아니냐'
농협은행이 중국진출을 추진하면서 난데없는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금융당국에서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 초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우리나라 금융감독원 격인 중국 은행감독회에 베이징 사무소 개설을 신청했다. 현지에서 은행업무를 시작하려면 지점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무소가 우선적으로 설치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농협은행의 성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일단 제동을 건 상태다. 지난해까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소속돼 있던 만큼 시중은행으로 봐도 무방한지가 중국측의 고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이 농업협동조합을 일반 은행과 다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면서 "외국계 은행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도 사무소 인가가 지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농협은행은 협동조합이라는 용어에서 오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적극적인 이해를 구하는 작업에 나선 상태다.
농협은행은 금융과 경제 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 3월 출범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이 중국 시장에 제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현재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두고 있을 뿐 해외시장 개척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6년 금강산에 지점을 개설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환전, 송금 등의 업무를 수행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농협은 특히 중국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중국에 기회가 많다는 판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중국 뿐 아니라 베트남에도 사무소 개설을 준비중인데, 농협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내년 상반기까지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는 하나, 신한, 우리, 기업은행 등이 법인을 운영중이며 국민은행이 최근 현지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지방은행인 대구와 부산은행도 사무소 개설에 이어 지점 예비인가를 받는 등 현지 진출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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