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경기도 파주시 운정3지구에서 15년 전에 4필지를 구입한 김기춘(가명, 65세)씨는 조만간 보상금을 받는다는 소식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주위 소문에 의하면 내야할 세금이 만만치 않다는 것. 그는 이 토지를 20억원에 구입한 후 줄곧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그가 기대하는 보상금은 약 80억 원. 세금이 없다면 약 60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발생했으므로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에 따라 세금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김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달라진다. 어떻게 하는 것이 보상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세금을 줄일 수 있을까. 신방수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보상 방법에 따른 세금 관계를 따져본다.
보상이 시작되는 20일을 앞두고 파주 운정3지구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관련 출장소들이 앞다퉈 문을 열고 상담 영업에 나섰다. 풀릴 보상금이 자그마치 3조2000억원이어서 예금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는 연내 전국에 풀릴 6조원의 보상금액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 은행의 출장 영업소 관계자는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200여억원에 이르는 자산가가 적잖이 나올 수 있다"며 "단번에 인생역전하게 된 땅 주인들이지만 거액의 보상금에 따라붙는 세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세테크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보상금은 최대 100%까지 양도세 감면= 토지보상금을 받을 때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유권을 이전해야 하는 토지수용때는 세법에서 특별히 양도세를 감면토록 규정해놓고 있다. 감면율은 최소 20%, 최대 100%다. 100%는 8년 이상 그 지역에 살면서 경작해온 농지, 20%는 그 밖의 농지에 대해 현금보상을 받은 경우다. 채권으로 보상을 받으면 감면율이 또 다르다. 4년 만기 보유 특약 땐 40%, 5년 만기 보유 특약 때는 50%, 일반채권은 25%를 감면해준다. 토지로 보상을 받을 때에는 바로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고 대토로 받은 토지를 처분할 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과세이연 조치도 있다. 다만 이런 혜택들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인정고시일 2년 이전에 취득한 토지에 해당돼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감면 한도 초과 땐 납부해야= 그렇다면 김씨의 경우는 어떨까. 8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어도 100% 감면을 받을 수는 없다. 감면 한도 때문이다. 신방수 세무사는 "8년 자경농지의 경우 1년간 2억원, 5년간 3억원까지만 감면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도를 초과한 세액은 납부해야 한다. 만약 김씨가 양도세 감면을 받지 않는다면 양도세는 대략 16억원 정도다. 양도차익 60억원 가운데 30%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고 나머지 42억원에 대해 기본세율의 최대인 38%를 적용한 결과다. 여기에 2억원의 감면한도를 적용하면 최종 납부할 양도세는 14억원이 된다. 만일 추가로 1억원의 세금을 더 줄이고 싶다면 토지 중 일부를 올해 양도하고 일부를 내년에 양도하는 방식을 택해도 된다. 5년간 감면한도는 3억원이기 때문이다. 100% 감면 대상 토지가 아니면 감면한도가 1년간 1억원, 5년간 2억원이 된다.
◆양도세 크다면 현금 보상이 유리= 김씨처럼 양도세가 많이 나오는 경우에는 현금으로 보상을 받든 채권으로 보상을 받든 감면세액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1억원까지만 감면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면한도가 있는 경우 감면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면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보상금 종류가 세금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같은 값이면 현금으로 보상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발행한 보상채권은 표면이자율이 낮을 뿐더러 일반보상채권을 현재시점에서 할인하면 할인비용이 발생해 현금을 수령하는 것보다 불리하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많다= 김씨의 경우에는 보유한 토지가 사업용 토지에 해당한다. 즉 토지를 투자목적이 아닌 생산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토지를 생산적으로 사용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최대 30%(10년 이상 보유 시)까지다. 만일 해당 토지가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면 이 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앞의 김씨가 직접 경작을 하지 않고 임대를 주었다면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한다. 따라서 양도차익 40억원의 30%인 12억원이 공제되지 않고 기본세율인 38%만 적용해 약 4억5000만 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신방수 세무사는 "파주 운정3지구 소유자들은 본인의 토지가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는지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만일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면 보상금을 수령하는 시점과 소유권 이전 시점을 내년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으로 비사업용 토지에 불이익을 주는 양도세 중과세 제도를 폐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1년내 부동산 구입땐 취득세 면제= 전문가들은 보상금과 관련해 무상이전을 둘러싼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상금 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돼 국세청의 세원관리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상금 수령자들은 보상금에 불필요한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보상금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면 취득세 면제의 혜택도 있다. 즉, 파주 보상금으로 인접한 서울지역 아파트를 사도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투기지역으로 묶였던 강남3구 역시 투기지역 해제가 됐기 때문에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단 보상받은 토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현지인이어야 한다. 또 취득세를 면제받는 대체부동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마지막 보상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취득해야 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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