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안철수 멘토, 이헌재의 경제민주화論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5초

이헌재- 기업 과거 옥죄기 대신에 미래 질서 잡아야

안철수 멘토, 이헌재의 경제민주화論
AD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 오종탁 기자]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7일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각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보수 여당을 대표하면서도 좌클릭을 주도하고 있어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고 야당을 대표하는 문재인 후보는 좌파적 색깔만 강조하면서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제각각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불리는 이 전 부총리는 안 후보의 경제민주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중립적 시각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국민의 의견을 좀 더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朴 좌클릭으로 모두 진보이슈로=이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단법인 오피니언리더스클럽 경제기자회 정례포럼에서 최근 대선정국을 달구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방향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이 전 부총리의 날선 비판은 가장 먼저 박근혜 후보로 향했다. 보수를 대표하던 새누리당은 지난해 박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직후, 김종인 위원장이 영입되면서 보수의 색깔을 지우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에서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꿔달고 총선 승리이후 오히려 야권보다 더 강한 경제민주화를 추진 중이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를 주창해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상태다.

◆朴 복지 보완, 安이 중간서 잘 섞으면 재밌어=이에 대해 이 전부총리는 "느닷없이 보수적 노선을 걸어오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사회보장 측면을 버리고 맞춤형 복지라는 단어쓰면서 우리나라 모든 게 진보적 이슈로 바뀌어버렸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은 영미식이고, 사회복지는 북구식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이 전 부총리의 설명이다. 다수 여당이 좌클릭하면서 중간지대 없이 전부 진보로 갔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논의를 이슈화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새누리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확산됐을 때 새누리당은 선명성, 이념, 정책의 적극적 투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쓴소리도했다.


태생적 한계는 참여정부의 4대 개혁입법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소위 8.31대못 대책이라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당시 부동산 대책에 앞장서 동조한 당이 한나라당이었다. 2006년 지자체 선거와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부의 정책에 동조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아직도 그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동산 정책을 지금까지 못 푸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총리는 박-문-안 세 후보를 향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우클릭으로 좀더 기울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박 후보가 사회보장을 중심으로 복지를 보완하고, 그 중간지대에 안철수 후보가 보장과 복지를 섞고, 문재인 후보가 복지라는 측면을 가지고 나왔으면 대선전을 관전하기도 재미있고, 국민의 선택지도 넓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념과 제도, 법률은 모두 정답이 없어 이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은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아니다=경제민주화 정책에 있어서 새누리당은 김종인 위원장 주도로 재벌의 지배구조, 금산분리 강화방안 등 기존안보다 강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벌 이슈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논의의 범위를 '공정거래'에서 '재벌개혁'으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도 출자총액제도입, 순환출자 전면금지, 금산분리 등을 통해 여야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법, 제도보다는 재벌개혁위원회를 통해 자율을 유도하되 이것이 미흡할 경우에는 계열사 분리명령제 같은 가장 강한 카드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안 후보가 선자율 후조치라면 문 후보는 선조치가 우선이다.


이 전 부총리는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 일부일 뿐인데 경제민주화가 모든 것에 대한 규제로만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당장 재벌을 해체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다음 문제이고 재벌보다는 대체사업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측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성 정치권이 주도하는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소유ㆍ재벌 구조 규제와 행위규제 등으로 재벌개혁 논의가 나뉘고 있는 것은 형식 논리와 선언적 효과에 급급하다"고 평가했다.


금산분리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의 핵심인양 이야기가 되고 있다"며 "소유구조의 규제만으로는 금융 자원의 편중과 계열사 간 편법지원 등의 해악을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어 감독당국의 행위규제의 선진화와 병행해야 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소개했다. 눈앞의 현실에서는 순환출자로 돼있는데 별안간 당위성에 의해 오늘 내일 끊으라고 하기보다는 단계적 접근방식이 좋고 우선 이를 보완해서 행위규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이 전 부총리는 재벌의 소유구조와 행위에 대한 규제가 일어나는 동시에 국내외 치열한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재벌의 해체와 재벌스스로의 붕괴 혹은 대체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봤다. 국제경쟁력에서 자꾸 밀리는 과거형 재벌식 기업은 더이상 생존 능력이 없어 새로운 기업에 의해 대체돼야 하는데 현재 여건에서는 공정한 경쟁질서와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체 세력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재벌에 대한 충고도 이어졌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재벌의 문제점으로 ▲성장과 아울러 소유와 경영의 괴리, 회계의 투명성, 가족 경영 ▲경영권 승계비용 부담 ▲기업성장의 한계 ▲승계대상 후손의 확대 등의 개선을 주문했다.


이 전 부총리는 "내가 보는 경제민주화는 분배와 성장의 균형을 지키면서 거대 경제력의 남용과 공정한 경제 질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속에서도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생길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행정고시 6회로 공직을 시작, 은행감독원장, 증권감독원장을 거쳐 1999년 초대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으며, 김대중 정부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승미 기자 askme@
오종탁 기자 ta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