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지난 우즈베키스탄 원정 당시 A 대표팀의 최대 문제점은 불안한 수비였다. 상대 측면 공격에 풀백들은 자주 뒷공간을 내줬고, 이정수-곽태휘의 중앙도 예전만큼 견고하지 못했다. 결국 선제골과 동점골을 헌납하며 아쉬운 2-2 무승부에 그쳤다.
17일(한국시간) 이란전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이정수·고요한·박주호를 뺐다. 대신 신구 조화를 적절히 한 새로운 'K리거 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앙에선 곽태휘와 정인환이 발을 맞춘다. 불안한 측면의 대안으로는 왼쪽에 윤석영, 오른쪽에 오범석이 나선다.
곽태휘는 수비 라인 리딩에 일가견이 있고, 정인환은 대인마크와 커버 플레이에 능하다. 지난 잠비아전에서도 둘은 좋은 조합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최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바 있다.
고지대의 여파는 단순히 체력에만 있지 않다. 산소 밀도가 낮아 공기의 저항이 덜하다. 그 때문에 크로스 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란 공격수들의 좋은 체격 조건까지 더해지면 어느 때보다 제공권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런 점에서도 곽태휘-정인환 센터백 조합은 필연적 귀결이다. 둘 다 장신에 점프력이 좋아 상대 공격수들과의 경합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영권도 훌륭한 자원이지만 이란 원정의 특수성과 곽태휘와의 호흡 면에선 정인환이 좋은 짝인 셈이다.
윤석영과 오범석은 새로운 시험 무대에 오른다. 윤석영은 기존 주전이었던 박주호가 최근 주춤한 틈을 타 A매치 데뷔 기회를 잡았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적극성 부족도 런던 올림픽을 통해 극복했다. 공수 모두에서 세련된 플레이를 펼친다. 특히 장기인 왼발 크로스는 공격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범석의 가장 큰 무기는 경험이다. 이번 대표팀 수비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란 원정을 겪어봤다. A매치에도 41경기나 출전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부진의 잔상은 여전하지만,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안정적 오른쪽 풀백임에는 틀림없다. 김창수 등 경쟁자들의 복귀에 앞서 자신을 향한 못 미더운 시선을 털어낼 좋은 기회다.
수비 라인의 최대 덕목 중 하나는 조직력. 어떤 포지션보다도 자주 바뀌어서 좋을 게 없는 이유다. 새로운 조합을 내놓아야 한다면 호흡 면에서도 이만한 대안은 없다. 특히 곽태휘-정인환-윤석영은 전남 시절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그만큼 서로 잘 알고 발도 맞는다.
정인환은 "K리그에서 함께 뛰어봤기 때문에 각자의 특성을 잘 안다"라며 "특히 (곽)태휘형과 (윤)석영이와는 전남에서 함께 뛰어봤다. 서로 말을 많이 하면서 커버 플레이로 역습에 대비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감독의 새로운 포백 카드가 이란전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대표팀 수비진은 안정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손흥민이 가세한 공격진과 기성용의 짝을 두고 골몰하는 미드필더 못잖게 시선이 쏠리는 까닭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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