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더 이상 예전의 '꼴찌'가 아니다. 확 달라졌다. 고양 오리온스가 개막 두 경기에서 '다크호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리온스는 13일 부산 KT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81-7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날 열린 홈 개막전에서도 전주 KCC를 맞아 71-64로 승리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오리온스가 개막 2연승을 달린 건 2008-2009시즌 이후 4년 만이다.
환골탈태의 중심에는 전태풍이 있다. 김승현(삼성) 이후 정상급 포인트가드에 목말랐던 오리온스로선 구세주나 다름없다. 현란한 드리블을 앞세운 폭발적 돌파와 예리한 패스는 팀 화력을 극대화시킨다.
오리온스엔 젊은 선수가 많다.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다. 전태풍의 노련한 템포 조절과 게임 운영은 이를 상쇄시킨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분위기가 어려울 때 전태풍이 공수 모두에서 해결사로 나서면서 지난 시즌보다 안정을 갖추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시너지도 일으켰다. 최진수는 "지난 시즌엔 크리스 윌리엄스와 (김)동욱이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는 (전)태풍이형이 가세했고, 나 역시 뒤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체제가 돼 농구하기가 편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 경기에서 오리온스의 공격은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았다. 20점 이상을 넣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전태풍-리온 윌리엄스-최진수-김동욱 등이 고른 득점분포를 보였다. 그만큼 상대 수비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새 외국인 센터 윌리엄스가 국내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윌리엄스는 두 경기에서 15.5점 9.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 공격에 힘을 싣고 있다. 최진수는 "부상 중인 테렌스 레더까지 돌아오면 팀 전체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다 보니 저력이 발휘됐다. KT전에선 전반에 14점을 뒤지고도 오히려 7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KCC전에서는 상대의 끈질긴 추격에도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예전엔 정반대의 결과가 많았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증거다.
과제는 남아있다. 들쭉날쭉한 외곽슛이다. KCC전에서 3점슛 2개에 성공률도 13%에 머물렀다. KT전에선 9개의 3점슛을 넣었지만 전반엔 고작 1개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전반 내내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후반 김동욱-조효현 등의 3점포가 잇따라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꾸준한 외곽포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추 감독은 기복 심한 외곽슛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다"라고 웃어보인 뒤 "심리적 문제인 것 같다"라며 향후 개선해 나갈 뜻을 밝혔다.
설익은 조직력도 문제다. 객관적 전력은 좋아졌지만 다소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했다. 선수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말한다. 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호흡도 좋아지면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풍도 "젊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올 시즌은 물론이고 다음 시즌에 점점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2007년 이후 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선 현재의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패배의식을 벗고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오리온스는 우승경쟁의 최대 다크호스로 손색없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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