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걷기 좋은 서울길 10선
낙산공원성곽 서울야경 감상 명당
도시락 싸들고 정릉숲길 산책
해질무렵 노을공원, 사랑 고백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따스한 햇살과 산들바람이 한창인 가을이다. 가벼운 산책과 야외에서 독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말이면 집안에서 그냥 시간을 보내기보단 지인과 함께 밖으로 나와 가을 정취를 한껏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가을 밤 낭만을 더할 서울 야경을 보는 것도 멋스러울 것이다. 언제든 가을 산책을 나설 수 있도록 로드 플래너 손성일씨가 추천한 '가을철 걷기 좋은 서울길 10선'을 소개해 본다.
손 씨가 꼽은 길들은 아름다운 야경이 있는 곳, 가족들과 도시락을 싸서 소풍가기 좋은 장소, 연인과 분위기 있는 데이트 코스 등 특색있는 노선으로 즐길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손 씨는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으로 '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의 저자다. 도보 카페 '아름다운 도보여행' 운영자로, 해남 땅 끝부터 서울 숭례문까지 삼남길을 개척하고 있다. 서울 성곽 지도제작에도 참여 중이다.
◆무수한 불빛이 반짝이는 서울의 야경을 만끽하는 길= 동대문 인근 낙산공원 정상의 성곽길은 총 3.4KM 거리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동대문 성곽길 산책로를 거닐다 저녁 무렵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으로 불리는 낙산공원에 오르면 동서남북으로 시야가 탁 트여, 인왕산, 남산, 도봉산 등 도심의 명산과 고층빌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성곽 안쪽 길에는 이화동 벽화마을의 길거리 갤러리를 감상할 수 있고, 혜화동으로 내려서면 대학로 동숭동에 가까워져 소극장들이 밀집해 있다. 지하철 2·4·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성동 생태길은 10.4KM, 3시간 30분이란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서울숲에서 시작해 응봉공원, 독서당공원, 호당공원, 금호산, 매봉산까지 여러 공원을 두루 거쳐 남산에 이른다. 산과 공원을 다니며 중간중간 복잡한 주택가를 지나느라 길 찾기가 약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담벼락, 전봇대, 가로수 등 곳곳에 비치된 서울숲~남산길 안내 표지판을 따라 길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차산에는 고구려 유적이 많아 '광개토대왕길'로 붙여진 길이 있다. 아차산은 고구려 군사 주둔지였던 보루가 복원돼 있다. 광개토대왕길은 아차산 공원 내 고구려 역사문화홍보관으로부터 시작한다. 이곳에는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동상도 있다. 평평한 아차산 능선을 따라 걸으면 등산과 산책의 중간 난이도의 도보를 경험하게 된다. 총 7.9KM의 이 길은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낮은 산이지만 주변일대가 평지라 아차산 정상에서 보이는 한강과 어우러진 도심 야경이 일품이다.
◆주말 오전 도시락을 싸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걷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풍' 길=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면 보물같은 숲길이 등장하는 데 이곳이 바로 '정릉 숲길'이다. 정릉은 이성계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바가지를 건넸다는 일화로 유명한 신덕왕후 강씨를 모신 능이다. 정릉은 지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릉 숲길'은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도시 소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소리와 물소리에 청량감이 더한다. 작은 계곡과 약수터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총 2시간 30분, 7.4KM 코스다.
숲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더한 고풍스런 옛길을 밟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미(美)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성북동 고택 북촌 문화길은 서울에서 손꼽을만한 동네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서 시작해 조지훈, 김환기 등 문인과 화가들이 활동하던 터를 지나 오르면 법정 스님이 마지막으로 기거했던 절 '길상사'가 나온다. 또 인근에는 고풍스러운 수연산방에서 차 한잔의 향기에 취하고, 건너편 만해 한용운 선생이 기거하던 심우장에서는 독립운동가의 기개를 느낄 수 있다. 주변 성곽과 삼청공원에서는 푸르른 숲의 기운을 다시 몸에 채울 수 있다. 성북동 고택문화길은 총 3시간 정도가 걸리며 8.7KM거리다.
주말 산책과 함께 우리네 전통과 현대문화의 볼거리가 풍성한 곳은 단연 인사동 문화길이다. 상업적으로 변질돼 간다는 아쉬움에도 서울을 대표하고 소개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기념품점이나 공예집을 비롯해,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작은 갤러리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골목골목 전통찻집과 한식점들이 즐비하다. 근현대사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이 길은 초입에서 경복궁 인근 끝자락까지 1시간 30분 코스로 4.5KM의 짧은 거리다.
이국적인 길을 원한다면 서래마을이 주변에 있는 서리골 서리풍 공원길이 있다. 서리골은 서초동의 옛 지명으로 옛날 서리풀이 무성해 붙여진 이름이다. 프랑스인들이 많이 사는 서래마을과 공원길을 걷다보면 산책 나온 외국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서리골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을 지나 자연과 동화되는 서리풀공원까지는 누에다리, 서리풀다리가 이어주고 있다. 총 1시간 20분 코스로 3.9KM 거리다.
서울 동쪽 중랑천을 따라 걷는 배봉산 중랑천 둑길도 낮에 찾으면 좋을 산책길이다. 배봉산은 작은 동산이라 쉽게 오를 수 있고, 특히 우거진 나무들 덕에 가을에는 낙엽 밟는 재미가 있다. 중란천의 높다란 둑길에서는 탁 트인 가을 하늘과 중랑천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중랑천 옆으로는 자전거 코스도 아주 잘 돼 있어, 자전거코스와 함께 이어가는 산책도 좋다. 7.1㎞거리로, 2시간30분이 걸린다.
◆해질 무렵 연인과의 낭만적인 데이트 산책= 노을이 아름다워 이름이 붙여진 '노을공원'은 월드컵공원 인근에 자리해 있다. 노을공원 옆에는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하늘공원'이 있는데, 이 두 공원은 가을이 되자 연인들이 찾는 데이트 명소로 인기가 좋다. 키가 큰 갈대와 억새 사이에 들어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손을 잡고 위로 탁 트인 하늘을 배경 삼아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는 연인들로 붐빈다. 두 공원 외에도 월드컵공원 순환길에는 난지천의 생태공원 같은 다양한 공원들이 볼거리와 산책길을 제공하고 있다. 총 4시간 30분, 14.8KM로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의 대표산인 남산은 계절을 막론하고 늘 옆에서 휴식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한 남산 중턱을 가볍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산책로 전체에 곱게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뤄 데이트 커플들의 발걸음이 잦아진다. 낮에는 단풍을 감상하고 밤에는 가로등과 달빛 아래서 걷기에 일품이다. 코스 중간에 N서울타워 옆 사랑의 열쇠탑은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맹세하기 위해 찾는 명소다. 남산순환산책길은 3시간, 9.8KM거리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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