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자금 수혈..잇단 해외수주로 경영 정상화 꾀할듯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쌍용건설이 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진행하는 매각은 아직 불투명하다. 극동건설과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등 건설업황이 크게 악화돼 매각주체 모색 등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유동성 확보로 자금 숨통 트여=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우리·산업·하나·국민·신한은행 등 5개 채권은행에서 운영자금 용도로 13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로써 쌍용건설은 지난달 12일 대주주인 캠코가 7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어음(ABCP)을 인수한 데 이어 채권단 지원까지 받으면서 총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쌍용건설이 받은 유동성 자금은 운영자금 용도로만 활용된다. 이번에 받는 1300억원은 별도 통장에서 관리되며 이 중 650억원은 지난달 연체한 B2B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갚는 데 투입된다. 캠코에서 받은 700억원 역시 8월 어음 결제용으로 쓰였다. 이에 1400여개의 쌍용건설 협력업체의 자금 경색도 풀릴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막혔던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쌍용건설의 자금흐름은 선순환 구조로 변할 것"이라며 "여기에 매달 공사 수행을 통해 들어오는 기성까지 감안하면 유동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해외수주 선수금이 들어오고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사도 가벼워져 자금 사정이 더 나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달 590억원 규모의 이라크와 적도기니 공사 선수금도 받을 예정이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지에서 해외 수주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회사 전망은 밝다"고 전망했다.
현재 진행 중인 5000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 사업도 대부분 분양이 모두 완료된 아파트 단지여서 중도금이 들어오는 대로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 경영이 좋아지면 현재 4000원가량인 주가가 상당폭 올라가지 않겠느냐"며 "M&A 조건이 좋아져 인수하면 나중에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매각 수의계약, 아직까지는 '글쎄'= 자금 사정이 나아졌지만 건설업황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쌍용건설의 재매각은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일단 쌍용건설을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캠코 관계자는 "1500억원 규모의 신주만 인수해도 쌍용건설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하려는 곳이 없고 협상도 진행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견기업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로 가면서 여파가 컸다"면서 "매수한다는 곳이 있으면 협상을 진행해서 수의계약으로 매각하겠지만 시장상황이 안 좋아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동성 확보에 대해서는 "부도 위기를 넘겼기 때문에 경영환경이 좋아졌고 이로 인해 주가가 오를 여지는 있겠으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것일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어차피 갚아야할 돈이고 자금 확충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유동성 확보에 쓰이는 거라 기업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매각 추진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매각주간사인 언스트앤영-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 관계자는 "여러 곳에 접촉해 매각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