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승리는 일본에 있었다. 도쿄에서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를 원작으로 한 스페셜 드라마 <김전일 소년 사건부~홍콩 구룡 재보 살인사건~>의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8월 27일 도쿄 신키바에서 단독 팬미팅을 가졌고, 9월 7일에는 코메디언 타무라 아츠시가 MC를 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가치가세>에 출연했으며, 이틀 뒤인 9월 9일에는 무려 세 편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일본 예능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이었다. 그는 이제 빅뱅보다 일본 활동명 V.I로 불리는 일이 더 많으며,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것보다 연단에 앉아 토크를 하는 일이 더 잦다. 일본 연예인들이 대부분 하나 둘 갖고 있다는 애칭도 있다. 승리에서 승을 따 만든 승짱. 지금껏 보지 못한 K-POP 아이돌의 활동상이다.
작은 소동으로 그칠 확률이 높은 <프라이데이> 사건
승리는 7월부터 활동의 거점을 일본으로 옮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에 체재하며 다수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소속사 공식 발표에 의하면 승리는 현재 ‘기간 한정 탤런트 활동 중’이다. 9월 7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그의 단독 출연 TV, 라디오 프로그램 수는 무려 17편. 대부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이며, 종종 음악 프로그램이 섞여 있다. 8월부터는 단독 MC 자리도 꿰찼다. 일본의 음악 전문 위성 채널 SPACE SHOWER TV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 V.I from BIGBANG 완전승리선언 >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음악과 사생활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게스트로 출연한 코미디언 나이츠, 판사와 입담을 맞춰 찰진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8월 15일에는 후지TV의 음악 방송 <사키가케! 온가쿠반츠케>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 퍼퓸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전에 진행했던 배우 오구리 슌, 그룹 EXILE과의 인터뷰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승리의 일본 내 솔로 활동은 꽤 호조의 출발이다.
물론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멤버 중 출중한 일본어 실력과 한국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다져진 재치와 입담을 발휘하고 있지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출연자라는 자리는 K-POP 인기 그룹의 멤버로서 멋을 뽐내는 위치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체 프로그램 중 그의 방송 분량은 그리 길다고 말할 수 없으며, 언어 차이에 의한 미묘한 뉘앙스가 어색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장면도 왕왕 있다. 그리고 9월 13일, 승리의 스캔들이 터졌다. 일본의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가 한 여성의 인터뷰를 인용해 승리의 잠자리 버릇과 사진을 공개한 것.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으며, 이제 막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승리의 솔로 활동에 장애가 될지 모른다는 추측기사도 돌았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사생활 폭로 기사는 일본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쟈니즈의 톱스타, AKB48의 멤버들도 비슷한 폭로로 수차례 소동을 겪은 바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풍기문란의 수준이 미비하다면 이런 뉴스들은 한낱 가십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승리의 경우도 현재 일본 내 분위기로는 작은 소동으로 그칠 듯하다.
홀로 선 승짱은 일본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잔인한 이야기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자리싸움은 치열하다. 연기, 버라이어티, 모델 등의 솔로 활동이 그룹이 아닌 한 명의 연예인으로서 그 멤버의 이후 활동에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는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며 “무언가 내 이름을 걸고 이 땅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승리는 아마 쿠사나기 츠요시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쿠사나기는 그저 올바르고 성실한, 그래서 다른 멤버보다 개성이나 화려함이 덜한 쪽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성실함과 올바름 역시 그의 재능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한국과 한글이라는, 이후 연예 활동한 중요한 구심점을 가져다주었다. 지금 일본에서 승리는 혼자다. 소속사 공식 발표에 의하면 ‘기간한정’으로 잠시 혼자다. V.I란 이름으로, 승짱이란 별칭으로 그는 일본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승리에게도 쿠사나기 츠요시처럼 무언가 한발 더 도약할 계기, 혹은 전환이 필요했던 걸까. 승짱의 새로운 도전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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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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