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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뛴 50년·뛸 50년]직물 짜던 SK, 글로벌 통신망을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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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뛰고 있는 기업 ③ SK그룹

SKT, 2002년부터 무선인터넷 수출…SK이노베이션, 중동에 기술 역수출
석유·화학서만 연매출 27조7000억원

[무역 뛴 50년·뛸 50년]직물 짜던 SK, 글로벌 통신망을 짜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선경직물(現 SK네트웍스) 당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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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대표적인 내수기업으로 오해받는 SK그룹의 수출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그룹 모태(母胎)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 처음 인견직물 10만마(4만6000달러)를 홍콩에 수출한 것이 1962년 4월의 일이다. 이는 국내 최초의 직물 수출이었다. 당시 사장이었던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는 수출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광복절 민간기업 대표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뒤를 이어 선경그룹 회장에 오른 고 최종현 선대회장도 1973년 11월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선경직물은 1976년 1월 계열사인 선일섬유를 흡수 합병한 후 상호를 ㈜선경으로 변경하고 이듬해 11월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받았다. 이후 ㈜선경은 연평균 42%의 수출 신장을 기록하며 1980년 누적 수출 4억달러를 돌파했다. 1991년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한 것도 ㈜선경이었다.


최종현 회장이 구상한 '글로벌 경영'은 단순한 수출 규모의 확대가 아니었다. '제2 창업선언'으로 불리는 1975년 신년사에서 그는 선경을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글로벌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경쟁력을 갖춘 사업 양성과 국제적 수준의 경영 능력 배양을 통해 세계시장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이러한 전략에 따라 추진된 것이 에너지ㆍ정보통신사업 진출과 SK경영관리시스템(SKMS) 정립이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최종현 회장은 세계경제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는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것을 예견하고 상품의 수출과 함께 전 세계에 선경그룹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했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족주의가 약해지고 지역주의와 세계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이는 국경이 낮아지고 기술ㆍ물자ㆍ자본ㆍ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함으로써 마치 한 지역이 한 나라와 같은 영역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발언했다.


최종현 회장의 이러한 글로벌 구상은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취임 후 '지식 네트워크' 건설을 아시아지역에 전격 제안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사업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구체화했다. ▲아시아의 젊고 우수한 학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국제학자교류 지원' ▲아시아 지역 7개국 14개 대학 및 연구소에 '아시아연구소'를 설립하는 현지화 사업 ▲사업을 보다 국제화하기 위한 베이징포럼ㆍ상하이포럼 등 연례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추구하는 SK그룹은 수출에서도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 바로 기술과 서비스의 수출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정제 시설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과 무선통신 분야 노하우를 가진 SK텔레콤은 '무형자산 상품화'라는 독특한 수출 전략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2년부터 이스라엘ㆍ대만ㆍ태국ㆍ카자흐스탄 등에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부가서비스를 수출했다. 몽골과 베트남에서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이 무선인터넷 사업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외국인 통신사업자의 투자를 받아들인 것도 SK텔레콤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이 미국에서 시작한 컬러링 서비스도 기술 수출의 쾌거로 평가된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Verizon Wireless)를 통해 가입자에게 컬러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SK텔레콤은 컬러링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 컬러링 솔루션은 이미 베트남ㆍ싱가포르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 등에도 제공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몽골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베트남ㆍ요르단ㆍ인도 등에 네트워크 컨설팅을 진행, 한국의 네트워크 기술력 및 운영노하우 전수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요르단ㆍ인도를 상대로 한 와이브로 기술 수출은 세계 유수 IT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룬 성과로 한국의 와이브로 기술의 우수성과 운영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 중 하나다.


SK그룹 관계자는 "유선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인도, 중동, 동유럽 지역은 와이브로 방식의 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구축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도입 의지가 높다"며 "아울러 SK텔레콤은 한국 장비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들 지역에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와이브로 기술 및 장비 수출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무역 뛴 50년·뛸 50년]직물 짜던 SK, 글로벌 통신망을 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주 석탄광산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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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98년 가나 정유업체와 1200만달러 규모의 중질유 분해 공장 시운전 계약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ㆍ중국ㆍ대만ㆍ쿠웨이트ㆍ인도 등의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정유공장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쿠웨이트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이퀘이트사가 진행 중인 연산 76만8000t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공정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시험 운전에 대한 기술 지원을 진행했다. 중동지역에 석유화학 공장운영 기술을 수출한 것은 산유국에 기술을 역수출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제품 수출의 일등공신도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의 60%가 넘는 27조7000억원의 석유 및 화학제품, 윤활유 제품을 수출하며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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