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0대소녀 생일, '소셜 이벤트'로 확대되며 네티즌 4000명 몰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10대 소녀가 페이스북에 올린 생일초대장을 보고 네티즌 수천명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다 경찰 수백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각) CNN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전날인 21일 저녁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겐시 하렌(Haren)에서 한 16세 소녀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문제는 이 소녀가 자신의 생일초대장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전체공개로 설정해 둔 것. 소녀는 친구들에게 '다른 친구들을 데려와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의 친구들이 초대장을 공유하고 이것이 또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전달되면서 무려 15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생일초대장을 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소녀 자신도 모르게 생일파티는 소셜 이벤트로 바뀌었다. '소녀의 생일파티에 모두 가자'고 제안한 네티즌들이 생일파티를 알리는 초대형 현수막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티셔츠에 '프로젝트 하렌 9월21일'이라고 새겨 단체복을 만드는가 하면, 미국 영화 '엑스(X)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클린엑스 하렌(Project Clean-X Haren)'이라는 행사명까지 등장했다.
결국 소녀의 생일날 그녀의 집 앞에는 네덜란드 전국에서 몰려든 네티즌 4000여명이 운집했다. 경찰 추산으로도 최소 3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녀가 사는 하렌의 인구는 1만8000명에 불과하다.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10대 젊은이들은 밖에서 맥주를 마시고 사진을 찍으며 나름의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흥분한 일부 참석자들이 큰 소리를 내며 몰려다녔고,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향해 돌과 음료수병, 화분 등을 던지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길가에 주차해 둔 차량과 상점 유리문 등이 파손됐고, 자전거 수십대가 불에 탔다.
결국 경찰 600여명이 출동해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최소 3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을 포함해 부상자도 36명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이미 일주일 전부터 이같은 사태를 대비해 경계 태세를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길거리의 쓰레기와 파편들을 청소하며 축제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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