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ㆍ사람ㆍ자금' 갖추지 못한 安, 'SNS 캠프' 필두로 정치실험 나서
安, 정책과 비전 담아낼 정당 없어 파괴력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안철수 원장은 이날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새로운 정치실험에 도전한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이라는 대중적 지지 속에 정치적 기반은 확보했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달리 선거에 반드시 필요한 '조직ㆍ사람ㆍ자금'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기존의 대선 출정식이 아닌 대국민 보고회로 담백하게 치르는 등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안철수식 정치실험'으로 이른바 3무(3無)를 역이용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중의 부름을 받아 호출된 안 원장은 정치의 구태와 기득권 혁파로 상징되는 '안철수 현상'을 계속 이어나가 문 후보와의 본선 단일화와 박 후보와의 최종전에서 성공방정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의 지속을 위해 대선 행보의 핵심축이 될 대선 캠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프' 방식으로 꾸려 독자행보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정치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SNS 캠프' 띄우고 '무소속 시민 후보' 행보로 지지층 확산과 세몰이 나설 듯
안 원장은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별도의 캠프 선거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SNS를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지난 17일 안 원장의 기자회견 사실을 이메일을 통해 언론에 알리면서 이후 안 원장의 일정 등을 공지할 페이스북 계정 (www.facebook.com/ahnspeaker) 개통 사실을 함께 전달했다. 정치권은 이 페이스북 계정이 SNS 캠프의 신호탄으로 안 원장의 공보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캠프 사무실과 공보팀의 오프라인 구성은 가볍게 유지하면서 SNS 캠프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구상이다.
안 원장은 또 오늘 출마 선언 이후 다음 달 하순 정도까지는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SNS 캠프를 중심으로 무소속 시민 후보로서 독자 행보를 가져가면서 지지층 확산과 세몰이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실제 안 원장측은 SNS 캠프의 구성원에도 민주당 출신 전ㆍ현직 의원과 당직자들은 일단 원칙적으로 배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조직과 사람, 자금을 'SNS 캠프'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극복하면서 참신한 행보로 자신의 강점인 중도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이 대국민 소통행보와 SNS 캠프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추식 민심을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 하려는 시도 같다"면서 "안 원장의 이러한 구상이 오히려 자신의 국정 운영 비전과 정치철학을 폭넓게 알리고 효과적으로 전달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安, 정책과 비전 담아낼 정당 없어 큰 약점.. 정치에는 씨줄과 날줄 담을 그릇 필요
하지만 이 같은 정치실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소속 후보로서 정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씨줄과 날줄, 즉 정당이라는 그릇 안에 담긴 조직과 자금, 사람이라는 자원 없이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은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와 증세가 포함된 복지국가라는 미래 비전도 '정치'가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는 정당에 비견할 바가 되지 못 한다"면서 "안 원장의 지지세력이 만든 정책을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완성할 '원내 권력'이 없다는 점은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전날 "비록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졌다 해도, 집권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해야 한다"며 "그것이 안철수의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면서 "예수님이 온다 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