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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줄줄이 감옥 보내는 '형법 355조' 대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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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줄줄이 감옥 보내는 '형법 355조' 대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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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판단까지 법의 잣대…지나친 처벌 논란
해외에서는 독일·일본만 형법으로
대부분 민사제도를 통한 해결
정치권·사법부 “엄격한 적용”
책임경영 위축 우려 법 개정 주장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경영판단에 대한 과도한 처벌인가, 아니면 경제범죄에 대한 마땅한 처벌인가. 업무상 배임죄를 둘러싼 논란이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에 규정돼 있다.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저버리고 본인이나 제3자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도록 하거나 그런 의도로 손해를 입혔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업 경영자가 부실 계열사를 살리려고 자금을 투입해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처벌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 수감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도 배임 혐의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배임죄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그간 끊임없이 논란이 일었다. 기업 경영상의 판단에는 위험이 내재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의사결정이 패착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데 판단이 틀렸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게 온당하느냐는 것이다.


지나친 사법처리로 경영공백이 생기면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실계열사 지원은 책임경영의 일환


현재 균형추는 배임 행위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야(與野)에 다소 입장차만 있을 뿐 반(反)대기업 정서가 정치권 전반에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횡령ㆍ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 총수의 금융계열사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이 핵심인 법안을 지난 10일 발의했다.


사법부도 이런 흐름을 타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 형사법관 포럼'에서는 기업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을 줄이고 국민 다수의 공분을 산 혐의의 기업인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행위를 형법으로 다루는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정도다.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로 간주되는 행위를 거의 전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다툼의 영역에 둔다.


미국의 경우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인 행위 ▲주의의무를 일정수준 이상 지켰고 충분한 근거에 의한 행위 ▲재량을 남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회사에 손해를 줬더라도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배임죄의 발상지(1851년 프로이센 형법전)인 독일조차 ▲당사자가 회사 이익을 위해서 합리적인 시도를 했다는 근거가 충분하거나 ▲해당 행위가 적절한 정보 및 규정에 근거한 것이라면 배임죄를 묻지 않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두고 있다.


송세련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배임죄는 결과가 나온 다음에 행동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라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영 판단의 원칙 등을 적용해 고의가 없었을 때는 결과가 나빴더라도 문제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또 "그래야만 경영자들이 절차를 철저히 지키되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달라지기는 하지만,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의 무죄율은 보통 15%를 웃돈다. 일부무죄까지 포함하면 무죄율이 20%에 육박할 때도 있다.


일반 배임사건의 무죄율도 8%선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형사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은 2~3% 수준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이에 대해 "배임죄 구성요건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기업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행위'인데 이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서 결국 범죄나 범죄 의도를 입증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임사건의 경우 재판이 수 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을 혐의로 법정공방을 벌이느라고 이 기간 동안 경영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자가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지면 주요 업무처리 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배임사건에 휘말린 바 있는 한 대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대외적인 업무의 경우 회사나 대표의 신인도가 중요한데 배임죄로 걸려버리면 사정기관들도 더욱 주목을 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며 "눈치를 보면서 지금 진행해도 되는 일, 유보할 일을 나눠야 하고 한번 유보가 되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안도 많다"고 말했다.


배임죄 처벌에 대한 사법부의 고민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법원은 2004년 한보철강 정태수 회장의 회사채 399억원에 대해 무리하게 지급보증을 서 회사에 손해를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한보증보험 대표이사 사건에서 "(기업 경영상의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까지 (배임 행위의) 고의에 관한 해석 기준을 완화해 업무상 배임죄를 묻는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2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이규훈 판사는 '제154회 형사판례연구회 발표논문'에서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해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해도 그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훈 판사는 그러면서 "이런 경우까지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최근 분위기와는 다른 목소리다.


주인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물론 배임죄가 재벌 형태의 대기업에서 총수의 전횡과 자의적인 경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 재벌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 총수에 대한 배임죄의 경우 명확한 피해나 이득의 규모를 측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어서 책임경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배임죄를 없애거나 축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국이나 독일처럼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물론 경영 판단의 원칙 같은 장치가 악용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송세련 교수는 "배임 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사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민사적으로 제재가 가해지게끔 제도를 확충하면 된다"며 "내부자고발이나 주주집단소송을 활성화하는 것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가 정점에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특수성상 배임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형사부 판사는 "배임사건 중 유죄가 난 사건을 들여다보면 총수 개인이나 그 가문의 이해타산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반영이 된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저변에는 의도적 배임의 여지가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배임죄를 없애거나 손질하자는 논의는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논의와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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