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장애인복지관 건립이 주민반대에 부딪쳐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지 선정에서부터 잡음이 일더니 겨우 결정된 새 부지를 두고 또 다시 주민반대에 봉착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관할구청에서는 관련 예산도 책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 장애인복지관을 보유하지 않은 건 도봉구가 유일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도봉구와 함께 종로구에도 복지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월11일 종로구에 복지관이 개관하면서 도봉구가 유일한 자치구가 됐다.
도봉구가 복지관 건립을 위해 처음 소매를 걷은 건 2002년. 이후 창동역 하나로마트 인근 부지가 용도변경 과정의 말썽으로 물거품이 됐고, 쌍문동 부지는 주민반대로 선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지지부진함 속에 지난 4월 새로운 복지관 건립 계획이 마련됐고, 방학동 롯데마트 인근의 구유지가 새로운 복지관 부지로 선정됐다.
문제는 선정된 부지에서 채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는 방학 ESA아파트 1단지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집값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로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복지관 건립을 반대한다는 공고문도 붙었다. 지난 4일에는 이 공고문 내용이 인터넷과 SNS 상에 유포되면서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는 일도 있었다.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그런 시설이 절대로 들어와선 안 된다'는 내용과 함께 반대 서명을 종용하는 내용이 네티즌들을 자극했다.
11일 ESA아파트 1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자기네 집값이 떨어진다는데 반대 안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한 관계자는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장애인 시설에 대해 얘기가 오간 적이 있다"며 "주민대표자회의가 한두 달에 한 번씩이나 사안이 있을 때 마다 열리는데 회의에서도 언급이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방학 ESA아파트 1단지에는 총 10개동에 296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고문 내용이 논란이 된 이후 공고문 게재와 반대서명운동이 중지된 상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지로 선정된 금성윗들 소공원 역시 경로당 건물과 공터가 그대로 일 뿐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도봉구 내 시민단체들과 장애인단체는 복지관 건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도봉민생상담소장은 "주로 아파트 내부적으로 반대운동이 이뤄지고 있어 사태가 커지고 있진 않다"면서도 "복지관이 없는 유일한 자치구인 만큼 건립이 하루빨리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2012년 2월 현재 도봉구에 거주하고 있는 등록 장애인은 1만4800여명. 도봉구 전체인구(약 38만)의 약 4%를 차지한다. 1만5000명에 가까운 지역 장애인들이 복지관 부재로 타 지역까지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관할인 도봉구청 역시 이래저래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복지관 건립은 이동진 구청장의 공약사항인 동시에 구청 역점사업이다.
현재까지 구청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는 지난달 23일 방학역세권지구단위계획 변경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과 부지로 선정된 공원 부근의 용도변경을 신청한 게 전부다. 추가적인 주민들과의 만남은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도봉구청 관계자는 "차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며 "구청장(님) 공약사항이어서 구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 반발로 현재로선 임기 내 이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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