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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30년전 옛소련 국채에 '거덜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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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죽은 브레즈네프가 산 푸틴을 잡는' 상황이 벌어졌다. 1982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 집권 말기에 발행된 옛소련 국채가 30년이 지난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 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90년대 중반 소련 붕괴 이후 채무승계와 함께 지급보증을 약속했던 러시아 정부가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때 발행된 국채 규모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집계가 남아있지 않으나 러시아 정부는 약 25조 루블(7850억 달러, 약 887조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러시아지사의 블라디미르 오사코프스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러시아 연간 경제 산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정부부채를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불릴 정도로 막대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옛소련 국채를 담보로 한 파생거래까지 맞물려 있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보리스 케이페츠 국채문제전문가는 "구소련 붕괴 후 얼마 뒤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강제로 채권을 상각하는 조치를 단행했지만 러시아는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옛소련 부채 규모는 모든 것을 단숨에 무너뜨릴 정도로 어마어마하며, 이는 지난 1990년대에 다 털어버렸어야 할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옛소련 국채의 상환을 일단 2015년까지 유예한 상태지만 채권자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 문제가 된 것은 푸틴 집권 1기인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그때는 러시아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흑자를 내던 때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후폭풍으로 전세계 경제가 내리막길에 있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연기금의 적자 누적으로 러시아 정부재정은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지역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옛소련 시절 부채를 당장 상환해 버리면 군인·의사·교사들에게 지급할 재원이 완전히 바닥나게 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예산에 옛소련 국채 상환자금 500억 루블을 책정했고 2013·2014년에도 같은 규모로 반영할 계획이며, 가장 선순위 채권자부터 순서대로 상환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한 사람의 경우에는 약 6000루블(약 200달러)만을 사후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쟁점화했다. 최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재판소는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유리 로바노프 노인의 제소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로바노프 노인이 소유한 1982년 발행 옛소련 국채의 상환 의무에 따라 연금의 140배인 3만7150유로(약4만6497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채권을 보유한 러시아인들의 법정소송이 줄을 이었다.


러시아는 2010년 해외시장에서 55억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하며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했다. 아시아지역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지 12년만이었다. 부도 선언 1년 전인 1997년 러시아 정부는 프랑스가 보유한 제정러시아 시대 국채 4억달러 규모에 대해 99%의 헤어컷(채무탕감)을 받아낸 적이 있다. 오사코프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선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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