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둥근 모서리 평결'에 비판 쏟아져...매장선 아이폰 문의 뚝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보경 기자]사과가 쪼개지고 있다. 삼성-애플 특허 소송전이 격화되면서 국내 애플 마니아들의 '탈 애플'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평결이 도화선이었다. 배심원들의 친 애플 평결과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발이 반 애플 또는 안티 애플 기류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전도사'로 유명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최근 트위터에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디자인의 스마트폰은 모두 애플 특허 침해라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의견이 있다. 나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여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드(바둑판) 스타일의 아이콘 배치도 예전부터 흔했던 것 같아 이해가 잘 안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찬진 대표는 지난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아이폰 도입을 주장하는 등 애플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는 애플 특허 중 일부는 인정된다고 언급하고 삼성의 증인 채택 노력에 의문을 표현하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아이폰 전도사라는 별명을 비춰봐 예상 밖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번 소송으로 애플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애플 마니아들이 애플 주장의 무리함과 평결의 불공정성을 지적해 눈길을 끈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 규모는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트위터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ohappyjin'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난 애플 마니아지만 이번 애플 승소는 삼성 주장대로 소비자 이익을 크게 손상시킨 안좋은 판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이디 'venus_pluto_'인 네티즌은 "난 애플 마니아다. 삼성의 완제품은 써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번 미국에서의 삼성-애플 소송은 특허 독점 및 보호주의 무역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고 그런 측면에서 애플을 비판한다"고 했다.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모임'의 회원으로 'waltz41night'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미국 내에서 사각의 둥근모서리 디자인권을 애플에게 인정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 과정과 배심원 평결을 거치고 삼성, 애플의 내부 자료와 증거가 공개되면서 소비자들도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인터넷에서는 삼성전자를 '카피캣(copycat)'이라고 조롱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우열없는 갑론을박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판매점에서 아이폰을 찾는 사람들도 줄었다. 서현역 내 휴대폰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신형 아이폰이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최근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강남역 지하상가 내 휴대폰 판매점 직원인 정모(31)씨도 "아이폰에 대한 문의가 줄어든 것은 국내 스마트폰의 성능이 워낙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송의 영향도 적지 않다"며 "미국 법원의 억지 평결 때문에 아이폰은 사기 싫다는 손님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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