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명훈 주필]지구촌 사용자 10억 육박, 인구로 치면 중국과 인도 다음가는 3번째 대국. 세계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 제국'. 그런 페북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제국 최후의 날, 페북 난민들이 받을 충격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혼란, 허탈, 슬픔…. 그보다 삶의 한 기둥을 잃은 상실감이 더 클지 모른다.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속에서 함께 울고 웃던 페친들 - 몇 십년 만에 찾아낸 친구도 있고 친구의 친구로 만난 친구도 있었지. 홀로 있어도 온 세상과 통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열중하고 있는 SNS 신인류들은 '페북 종말론'이 웬 황당한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같은 예언은 지어낸 말도, 엉뚱한 상상도 아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정색하고 한 말이다.
페북 최후의 날은 5년 후쯤으로 모아진다. 헤지펀드 아이언 파이어 캐피탈의 설립자인 에릭 잭슨은 "페이스북은 5년, 늦어도 8년 후에 사라질 것"이라 주장한다. 세상에 나온 지 9년, 상장 3개월짜리 신생기업이 왜? 그는 IT 거품 때 상장된 야후가 생존은 하고 있지만 시장가치가 10분의 1로 추락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거품론이다. 페북 뿐 아니라 구루폰을 뒤좇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소셜커머스 기업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 예언한다.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 등을 쓴 저널리스트 맬컴 글래드웰의 독설은 또 어떤가. 그는 "카스트로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의존했다면 쿠바 혁명은 실패했을 것"이라며 직접 대면하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의 한계를 강조한다. 소셜 미디어 비판론자답게 그는 페이스북의 '5년 후 종말론'을 적극 지지한다.
소수의 삐딱한 전문가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잡지 포브스는 최근 '5년 내 웹 시대가 끝나고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웹기반 기업들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브스 관점의 요체는 기술의 급변이다. 기술 산업은 근래 웹1.0과 웹2.0을 거쳐 웹3.0이 아닌 모바일이나 사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으로 변천했다면서 5~8년내 웹 시대는 종식되고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발전하리라 내다 본다. 1세대의 패자 구글, 2세대 황태자 페이스북에 이어 아이폰ㆍ아이패드로 상징되는 모바일과 인스타그램이 3세대 주자로 떠올랐다고 진단한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시장 주도권을 포함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페이스북 역시 이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 놀라운 것은 페이스북의 종말이 아니다. 기세등등한 페이스북까지 집어 삼키는 기술 진보의 속도와 '5년'이란 시간의 힘이다. 단 5년이면 기업의 세계가 뒤집히고, 정점의 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험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애플과 삼성도 한 순간에 추락해 특허법정이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만날지 모른다.(모토롤라, 노키아, 블랙베리를 보라!)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아들을 삼켰다. 크로노스가 상징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크로노스 전성시대다. 격변하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5년 후 한국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잠재성장률은 2%대로 떨어진다. 늙어가는 나라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런 한국에 또 다른 5년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다. 새로운 5년, 무엇이 스러지고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 5년의 욕망을 품은 주자들의 말은 난무한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를 읽어내는 긴박감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의 말에서도 '5년 후' 한국의 모습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그들도 한 때 스쳐가는 크로노스의 제물이 될 것인가.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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